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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정현 "과거의 적은 적 아냐..진보 보수 대결은 끝났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0 16:31

수정 2019.11.20 19:14

전 새누리당 대표인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전 새누리당 대표인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마지막 수장이었던 이정현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인생을 '롤러코스터'라고 평했다.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두려움이 컸고, 깊게 떨어질 수록 올라갈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고 밝힌 이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가결 이후 당 대표직 사퇴와 함께 지난 2년11개월이 가장 혹독하고 어려웠던 시기라고 말했다.

집권여당 대표 자리를 내놓은 직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잠행을 이어가던 이 전 대표가 요즘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야권의 보수통합 움직임에 대해선 선을 긋고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보수와 진보간 정치대결은 끝났다"며 "한국정치는 진보와 보수의 노예가 되어 있다"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기성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진보와 보수를 따지지 않고 포괄정당을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과거의 적은 적이 아니다"라고 강조, 새로운 정치세력으로의 도전을 시사했다. 본인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담=심형준 국회팀장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
▲배낭하나 지고 102개 시군구를 시외버스 타고 다니면서 장터에서, 시골 골목에서 다양한 국민들을 만나면서 제대로 된 시대흐름이 무엇인지를 찾았다. 그런 시간이 2년이 넘었다.

-보수 진보간 갈등이 심한데.
▲냉전 대결이 종식된지 30여년이 되었고 그것으로 진보와 보수간 대결은 끝났다. 우린 구태에 묶여 비생산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보수든 진보든 보수가 뭔지 진보가 뭔지 답을 못한다.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놓고 대결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큰 폐단이다. 이제 지역별로, 분야별로, 세대별로, 계층별로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미생모)가 수천개 생겨나 대한민국의 재도약 발판이 되길 바란다.

-여야 모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한국은 진보와 보수의 노예가 되고 있다. 진보도 보수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고, 보수도 진보를 끌어안고 싶어 한다. 결국 기존 정당이나 기성 정치인으로는 안되고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포괄정당을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 이유도 없이 나누는 진보 보수는 의미가 없다.

-신당 형태로 재편하겠다는 것인가.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최종 지점은 결국 창당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중시 여기야 할 것은 그 과정이다. 거기서 내 역할은 선수로 뛰는게 아니라 서포터가 되는 것이다.

-세대교체론 어떻게 해법을 찾나.
▲주체의 교체는 한마디로 판갈이다. 4차 산업 혁명이 세계적 관심사인데 우리 국회는 이 분야 전문가가 거의 없다. 20∼30년전에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현재 국회 최고의 경제통으로 불린다. 이래선 곤란하다. 외교관이나 국제 정치 전문가도 국회로 와야 한다.

현재 국회는 미래세대가 없다. 20대도 20명 이상 국회의원이 되야 제 목소리를 낸다. 40대 이하가 60% 즉, 180여명이 되어야 한다.

-기존 정치인은 배제하는 것인지.
▲과거 정당은 누구를 중심으로 모였다. 새로운 정치세력화는 일부 물갈이가 아니라 국그릇을 통째로 갈아버리는 판갈이다. 기존 정치인들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제 메시아 정치는 끝내야 한다. 김영삼, 김대중은 독한 정권과 싸워야 했으니 유명한 사람으로 뭉치는 돌연변이 형태였을 뿐이다.

-미래에 초점이 맞춰진 것인가.
▲이제는 과거 말고 미래를 봐야 한다. 과거라는 것을 놓고 서로 유리한 쪽만 보니 싸움만 한다. 과거를 갖고 얘기하면 마이너스일 뿐이다. 과거의 적은 적이 아니다. 일본도 우리 적이 아니고, 좌파도 우리 적 아니다. 그건 과거 일일 뿐이다.

-탄핵 이후에도 국론분열이 나오는 배경은.
▲지금 이 순간까지 진행되고 있는 지난 72년의 헌정사에는 공과가 다 있었다. 탄핵 뿐 아니라 4.19 혁명, 쿠데타 등 이 순간까지 포함 72년 헌정사는 공과가 혼재된 정치였다. 때론 시대과제를 잘 도출하고 완수도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 이후부터는 우리 정치가 시대적 과제 도출에 실패했다. 또한, 정치 주체세력 형성도 실패했다. 그러다 보니 정치가 혼란에 빠지고 대립도 심해졌다.


전 새누리당 대표인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전 새누리당 대표인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박근혜 정부에 있었을 때와 현재 정치 상황을 바라본 소감은.
▲숲 안에 있을때는 숲을 못 보고 나무만 보게 된다. 관찰자로서 숲을 볼 때는 전체 규모도 보게 되고 숲 안의 내용도 살펴보게 된다. 조직원으로 충실할 때 보지못한 것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관찰자로 바라보니 우리 정치의 다른 부분이 많이 보였다.

-보수진영 물갈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몇 사람을 물갈이해봤자 소용없다. 초선 의원으로 50~60%도 갈아봤지만 변하지 않았다. 상한 건더기인 당 지도부가 새로운 사람들 일부를 받아 옛날 방식의 정치를 한다 해도 새로운 정치가 될 리 없다. 보수 정치에서 빠져나와 바라본 가장 아쉬운 점은 보수세력들은 국민들이 울 때 함께 울어주지 못하고, 기뻐할 때 같이 환희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는 가슴으로 해야 한다.

-오랜 세월 호남에서 홀로 버텼는데.
▲나는 내 지역구(전남 순천)를 한번도 험지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선거는 유권자 마음을 얻는 것이다. 누군가는 도전해야 한다. 작은 나라에서 일부지역 사람을 배척하는 인식으로 집권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집권 여당 대표로서 지금 특별히 할 말은 없는가.
▲아직 말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얘기도 나오고 있다.
▲노코멘트.

-지금까지 정치를 해오면서 후회스러운 점은.
▲지난 30여 년 동안 제 스스로 남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말을 많이 해왔다. 그런 정치에서 탈피하고 싶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대안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는데 몰두하고 싶다.

-5년 단임제를 대체할 개헌이 필요한가.

▲개헌은 해야 한다.
대통령이 스스로를 킹(King)이라 생각해 자신의 비서가 모인 청와대 중심으로 국가를 이끈다. 백만명의 행정부와 국회 대표인 국회를 무시하고 몇백명이 모인, 정권마다 급조된 청와대로 통치한다는 청와대 중심국가가 깨져야 한다.
다만 총선 직전까지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패악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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