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LG화학, 美ITC에 조기패소 판결 요청…배터리소송 영향은?

뉴시스

입력 2019.11.14 14:37

수정 2019.11.14 14:37

LG화학 "광범위한 증거인멸, 법정모독 행위 드러나" 요청 받아들이면 최종판결 시기 앞당겨질 듯 SK이노 "경쟁사, 여론전에 의지…소송에 충실하게 대응"
【서울=뉴시스】LG화학이 ITC에 제출한 법적 제재 요청문서 첫 페이지.
【서울=뉴시스】LG화학이 ITC에 제출한 법적 제재 요청문서 첫 페이지.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인멸과 법정모독 행위을 벌였다"며 조기패소 판결 등 제재를 요청함에 따라 소송 결과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지 관심이 쏠린다.

LG화학은 ITC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증거개시'(Discovery)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자료 삭제를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됐다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IT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요청서를 보면 LG화학이 제출한 67페이지 분량의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이 담겨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와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4월8일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한 당일 SK이노베이션은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같은 달 12일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Instructions)와 함께 LG 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고 근거를 들었다.

LG화학이 제출한 증거인멸 자료 중 한 예시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ITC 소송을 제기한 4월29일 '[긴급] LG화학 소송 건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사내 메일을 보냈다.

메일은 "경쟁사 관련 자료를 최대한 빨리 삭제하고 미국법인(SKBA)은 PC 검열·압류가 들어올 수 있으니 더욱 세심히 봐달라. 이 메일도 조치 후 삭제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경쟁사가 일방적인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여론전에 의지해 소송을 유리하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경쟁사와 달리 소송에 정정당당하고 충실하게 대응 중"이라고 맞섰다.

회사 관계자는 "ITC의 조사개시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소장 내용을 수시로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다"며 "경쟁사에서 비난했던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여론 호도를 그만하고 법적 절차를 통해 명확히 밝히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지난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 등에 소송을 낸 이후 두 회사는 소송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ITC는 소송 당사자가 증거 자료 제출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행위가 있을 시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고가 제기한 조기패소 판결 요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예비결정'단계까지 진행될 것 없이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앞서 ITC는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리며 예비판결 시한은 내년 6월5일, 최종판결 시한은 같은 해 10월5일로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ITC가 LG화학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계획보다는 소송 결과가 빨리 나올 것"이라며 "수 개월가량 단축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kje132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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