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1단계 무역합의'맞아? … 美·中 '관세철회' 놓고 진실게임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8 17:30

수정 2019.11.08 17:31

中 "기존 고율관세 단계적 철회 합의" 선제공격
美 공식 언급없이 "합의" "안했다" 의견 엇갈려
"대선 앞둔 트럼프 압박용" "미 관세철회 안할 것"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단계적 관세철회 방안에 합의했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를 놓고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7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단계적 관세철회 방안에 합의했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날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양측이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고율관세를 취소하기로 동의했다"고 발표한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찬반 엇갈리는 백악관

가오펑 대변인은 지난 7일 주례 브리핑에서 언급한 내용은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기존에 부과해온 고율관세 가운데 최소한 일부분에 대해서라도 상호 철회 혹은 완화에 합의했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백악관은 구체적인 공식 언급이 없어 의혹을 증폭시켰다. 일부 주요 언론들은 백악관 내에서 관세철회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갈리며 갈등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쏟아져 나왔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의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단계 무역 합의가 타결되면 관세 합의와 양허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나바로 국장은 기존 관세 철회에 대한 소문을 일축하면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뿐이다. 그게 전부"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이 언급했던 기존 관세 철폐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관세철회 논란으로 1단계 무역협상 합의를 위한 서명을 준비하는 과정에 미·중 간 온도차가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이 1단계 합의 서명을 하는 조건으로 일부 관세철회에 합의한 것으로 보이나 그 범위에 대해서 양측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은 1단계 무역협상을 하는 과정에 다음달 15일 1560억달러(약 181조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매기기로 했던 15%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에 이미 부과했던 관세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스탠스다. 이는 1단계 협상 타결에 이어 2, 3단계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기존 관세부과를 히든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다. 다음 단계 협상의 성과에 따라 기존 관세도 조금씩 낮추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2018년 7월 6일 이후 3600억달러(약 416조원)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최고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7월과 8월, 올해 5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대중 수입품의 절반에 해당하는 2500억달러(약 288조원) 규모의 제품으로 25% 고율관세 적용대상을 늘렸다. 올 9월에는 1100억달러(약 127조원)어치의 중국 제품에 15%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대미 수입품 거의 전체에 해당하는 1100억달러(약 126조원) 규모의 제품에 2∼25% 관세를 매겼다.

■중국, 선제 협상카드?

그러나 1단계 무역협상 관련, 중국이 관세 일부 철회를 이례적으로 먼저 발표한 것을 두고 중국의 협상전략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탄핵위기에 몰려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에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신속히 마무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적 아킬레스건을 겨냥, 중국이 선제적 협상카드를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단계적 관세철회를 둘러싼 상반된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기존 관세철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1단계 합의 대가로 관세를 철회할 계획은 없다"면서 "(중국 측이) 자신들의 이해에 맞게 합의를 재조정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