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탓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군 조직을 점차 줄이면서 첨단기술 기반의 '정예강군' 육성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다만 진행 중인 부사관 등 직업군인 확충과 무인감시 체계 등 첨단무기 도입 모두 예산이 모자라 난항이다. 모병제 전환 시 군인연금 등으로 인해 갈수록 재정부담은 가중된다. 더욱이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을 보라. 올해 9월까지 국세가 지난해에 비해 5조6000억원이나 덜 걷혔다. 여권이 백년대계는커녕 한 치 앞도 못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풀어 단기 노인일자리만 양산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정작 청년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해 저출산 추세를 되돌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다시 병력자원 부족을 청년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접근한다니 아닌 게 아니라 가관이다. 아무런 재정대책도 없이 수십만명의 '월급 300만원짜리 직업군인'을 채용하겠다니 믿음이 안 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내년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여당 일각에서 모병제를 불쑥 꺼낸 것 자체가 불순해 보이는 이유다. 공론화 하루 만에 여당 지도부에서 "시기상조"라는 등 이견이 분출하는 건 뭘 말하나.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청년층의 표심을 겨냥해 '선거용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북한이 핵·미사일 등 비대칭전력을 한층 고도화하고 있는 터에 인기영합 차원에서 모병제나 군 복무기간 단축문제 등을 다뤄 경제와 안보를 함께 허물어뜨려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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