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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모든 아이들은 '내 방'을 가져야 한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7 16:58

수정 2019.11.07 16:58

[특별기고] 모든 아이들은 '내 방'을 가져야 한다
사춘기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방 문(門)이 얼마나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안다. 화가 난 아이는 온 힘을 다해 문이 부서져라 닫고 방문을 잠근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도망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내 방'이 없는 단칸방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알게 되면서 '내 방'과 아동 주거권의 의미를 다시 인식하게 된다.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병들어가는 아이들을 눈물바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들이 많다. 일가족이 자살하는 비극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201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지하·옥탑,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주거빈곤아동은 전국 94만명(9.7%)이다.

지난 10월 24일 아동의 주거권이 권리로서 호명된 최초의 정부정책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대책'이 발표됐다. 정부가 '아동 주거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약속은 아동 가구에 권리로서 주거권이 부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두 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소득의 70%(2018년 378만원) 이하 저소득 가구는 단칸방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게 될 때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아동 가구와 함께 이번 대책의 또 다른 한 축인 비주택 거주 가구도 월평균소득의 50% 이하이면서 6.6㎡보다 좁은 곳에서 3년 이상 산 경우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핵심 정책대상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까다롭지만 '수요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기준 완화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는 열려 있는 기준이라는 점은 다행이다.

2017년 11월에 발표된 주거복지로드맵은 신혼부부 20만호, 청년 13만호, 노인 5만호, 취약계층 등에게 27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이었다. 광범위한 계획이었지만, 5년 후 주거빈곤 상태의 삶이 얼마나 개선될지를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핵심 지원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2022년까지 핵심 지원대상의 주거 문제를 종식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시간 목표가 설정됐다는 점에서 이전 정책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이번 대책은 '월평균소득의 70% 이하'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공공임대주택 배분을 최저소득계층에게 최우선으로 한다'는 당연한 계속 원칙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스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고 지원이 시급한 핵심 지원대상에게 우선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배분하는 이번 대책의 원칙이 주거복지 로드맵의 전반에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대책이 앞으로도 계속 나와야 주거복지 로드맵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로드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광범위한 주거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시민들도 힘을 합해야 한다. 고(故) 제정구 의원이 가난한 사람들과 평생을 함께 살았던 곳이자, 아동 주거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이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선 시흥시에서 이번 대책이 발표된 이유이다.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은 문을 닫고 들어갈 수 있는 '내 방'을 가져야 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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