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손정의, 7조원대 적자에 "너덜너덜...그러나 전략변경 없다"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7 01:56

수정 2019.11.07 07:27

소프트뱅크그룹 실적 발표...15년만에 적자 전락 
7~9월(일본 회계기준 2분기) 영업적자 7001억엔 
상반기 기준으론 155억엔 적자 
SBG비전펀드 투자 위워크 적자 탓 
실리콘밸리 버블 붕괴 신호탄이란 해석도 
손 회장, 고개 숙였지만 "대세엔 지장없다" 
공격적 투자 견지 의사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6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일본 회계기준으로 상반기(4~9월)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6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일본 회계기준으로 상반기(4~9월)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너덜너덜하다."
손 마사요시(孫正義· 한국명 손정의)회장이 6일 창사이래 최대 적자로 기록된 소프트뱅크그룹(SBG)의 올해 3·4분기(7~9월·일본 회계 기준으로는 2·4분기임)실적에 대한 자평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이 기간 연결 재무제표기준으로 7001억엔(약 7조4420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입었다. 1년 전 같은 시기 5264억엔의 순이익을 봤던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일본 회계 기준으로 상반기에 해당하는 4~9월 실적도 영업적자 155억엔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전년 대비 50%감소한 4215억엔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 영업흑자가 1조4207억엔이었던 것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반기 실적 기준으로는 15년만에 적자 전락이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약 2시간 가량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손 회장 자신도 이런 실적에 대해 "시뻘건 엄청난 적자로 3개월 결산으로 이 정도의 적자를 낸 것은 창업 이후 처음"이라며 "실로 태풍이라고 할까, 폭풍우 상황"이라면 말문을 열었다.

'폭풍우 상황'은 소프트뱅크의 통신업 본업이 아닌,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및 델타펀드의 대규모 영업손실(5726억엔)에서 비롯됐다.

올해 9월 말 기준 보유 투자의 미실현 평가손실과 우버(차량 공유업체)·위워크(사무실 공유업체) 등의 관계 회사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우버테크놀로지 등 소프트뱅크 출자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고, 출자회사인 더위컴퍼니의 기업가치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력 펀드 사업에서 손실액이 9702억엔에 달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한 여성이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를 지나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한 여성이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를 지나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손 회장은 실적 악화와 관련 "위워크 문제가 비전펀드 실적에 미친 영향과 소프트뱅크 그룹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며 "나 자신의 투자 판단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주 가치는 1조4000억엔 늘었다. 결산은 너덜너덜, 하지만 주주가치는 사상 최대"라며 "어느 쪽을 중요한 지표로 볼 것인가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세엔 전혀 이상이 없다. 전략변경은 없다"며 현재와 같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견지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손 회장이 출범한 세계최대 기술투자펀드 '비전펀드'는 9월 말 기준 우버와 위워크·슬랙·디디추싱·쿠팡 등 88개 스타트업에 약 707억 달러를 투자하며, 벤처 업계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그룹의 대규모 적자는 스타트업들의 실적 악화에 더해져 벤처버블에 대한 논란을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선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이른바 '유니콘' 기업들이 잇따라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어, 실리콘밸리가 버블 붕괴라는 '진실의 순간'에 마주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만만치 않다.
손 회장 본인은 현재의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공격적 투자'에 대한 비판은 거세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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