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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8대 사회보험 예산, 심층적 제도관리 필요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6 17:28

수정 2019.11.06 17:28

[fn논단] 8대 사회보험 예산, 심층적 제도관리 필요
국정감사가 끝나고 2020년 예산안 심사가 본격 시작됐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 총지출은 51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으나 총수입은 482조원밖에 조달하지 못해 72조1000억원의 재정적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국가예산 증가율이 높은 것은 보건복지고용 예산을 12.8% 증액하고,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관련 예산 역시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2020년 예산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슈퍼예산안을 앞으로도 축소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경직적 예산, 법률적으로 정해져 임의로 조정하기 어려운 예산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 이른바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등 8대 사회보험 예산이다.
2020년도 8대 사회보험 지출은 전년 대비 16조9000억원 증가한 164조9000억원으로 추계된다. 전년 대비 11.4% 증가한 증가율도 높지만 전체 예산 513조5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1%나 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15~2020년 연평균 9.5% 증가했다. 제도별로 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17.4% 증가를 필두로 고용보험 14.9%, 국민연금 10.0%, 건강보험 9.7% 등 10% 안팎의 빠른 증가를 보이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인구고령화로 늘어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급여지출 증가는 억제하기 쉽지 않다. 국민연금은 베이비붐 세대가 연차적으로 은퇴하게 됨에 따라 노인인구 국민연금 수급자수가 대폭 증가하고, 제도 성숙으로 신규 수급자의 1인당 연금급여액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건강보험 진료비 77조6583억원 중 65세 이상 노인진료비 비중은 40.8%인 31조6527억원으로 매년 두자릿수 증가가 예상된다. 노인에게 적정수준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안심할 수 있는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동일한 수준의 보장을 하더라도 제도관리와 전달체계를 개선해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국가예산안 심사도 이런 관점에서 더 심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회 예산안 심사의 사각지대에 있는 부분도 한시바삐 개선돼야 한다.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공적기금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예산에는 정부가 재정지원한 금액 외 보험료수입은 반영되지 않는다. 이를 포함하면 정부 총지출은 513조5000억원, 복지지출은 181조6000억원이 아니라 각각 588조3000억원, 256조4000억원이 되어 복지지출 비중은 43.6%가 된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다른 6개 사회보험은 모두 공적기금으로 국회가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 면에서나 증가속도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공적 기금화하지 않을 근거는 약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보장제도가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편성돼 있는 국가에 있어서는 국가예산안 심사도 사회보험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약 3개월에 불과한 예산안 심사기간으로 '수박 겉핥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사회보험과 같은 전문적이고 복잡한 제도에 대해서는 일시적·외형적 금전 중심의 심사가 아니라 상시적·제도적·심층적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맞는 한국형 복지국가 비전에 대해 국민 합의를 도출하고, 사회보험 제도 등을 일관성 있고 시급히 개혁해야 역사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령 미래사회에 대응할 수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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