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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 연극 '물고기 인간'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4 17:05

수정 2019.11.04 20:09

연극 '물고기인간' 공연 사진 /사진=fnDB
연극 '물고기인간' 공연 사진 /사진=fnDB


무대 가운데 네모난 바닥에 퍼런 물이 찰랑거린다. 사실 실제로 없지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식이다. 거기에 물고기 한 마리가 유영한다. 물고기 역을 맡은 배우 박진호가 그럴싸하게 연기한다. 바다를 메워 만든 호수에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그들 사이에서 '독일제 낚싯줄' '일제 바늘' '미국산 카본 낚시대' 자랑이 이어진다.
호수의 대청어를 호수의 수호신이라 여기는 '위씨 영감'(박완규)은 낚시 대회가 탐탁지 않다. 그러던 중 30년전 대청어를 낚다가 아들을 잃은 '낚시의 신'(강신구)이 결전의 각오로 등장하면서 호숫가에 긴장감이 돈다.

'물고기 인간'은 중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궈스싱의 1989년 데뷔작이다. 낚시, 바둑, 새 기르기를 소재로 한 '한량 삼부곡' 중 첫 작품. 낚시의 신이 자연과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떠오르기도 하고, 위씨 영감과 낚시의 신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맞선다는 점에서 무협소설의 한 대목을 보는 듯도 하다. "물고기가 사라지면 물도 사라진다"는 위씨 영감의 경고는 환경문제와 겹쳐지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낚시의 신'의 아들인 '셋째'와 위씨 영감의 수양딸인 '류샤오옌'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지난해 낭독 공연에 이어 올해 초연에 나선 김광보 연출은 "일상과 신화 그리고 상징과 은유로 뒤범벅되어 있는 작품으로, 일부 무대에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무대의 중앙을 차지한 낚시터는 그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나,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멀게 해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중국 현대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경우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시대를 읽거나, 우화적 이야기에 숨어 있는 상징과 은유를 재빨리 낚아채는 게 쉽지 않다. 17일까지 세종S씨어터. 17일까지 세종S씨어터.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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