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이석채 전 KT회장이 유력 인사 친인척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에게 딸의 채용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재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30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의원의 딸 채용과 관련된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63)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 전 사장은 KT 부정채용 공판과 김 의원의 뇌물수수 공판 모두에서 이 전 회장의 지시로 김 의원의 딸을 부정채용시켰으며 김 의원이 직접 이력서를 건네며 채용을 청탁했다고 진술해왔다. 두 사건 모두를 심리하는 재판부에서 이 같은 서 전 사장의 진술에 힘을 실어준 것은 김 의원에게는 불리한 정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법원 "서유열, 김성태 딸 특혜 유인 없다…증언 모순점 없어"
서 전 사장은 이 전 회장이 "김 의원이 KT를 위해 열심히 돕고 있는데 딸이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해보라"고 했고, 이 전 회장에게 보고를 거쳐 인재경영실에 김 의원의 딸을 공채에 포함시키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서 전 사장의 진술은 다른 피고인, 증인들과의 증언과도 표현의 차이는 있으나 모순점 없이 대체로 일치하고, 다른 부정채용 지원자들에 대한 진술도 비슷하게 나왔다"며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회장 측은 "서 전 사장이 양형 책임을 떠넘기기위해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며 김 의원 딸의 채용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서 전 사장은 4명의 부정채용에 관해서는 자신이 합격자 결정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단순히 김 의원의 딸의 부정채용에 관한 양형 책임을 이 전 회장에게 전가할 목적으로 허위진술 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서 전 사장에게는 부정채용을 지시할 동기가 없다고도 봤다. 법원은 "이 전 회장 측은 서 전 사장이 당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돼 있었고 이를 무산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나, 서 전 사장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채택은 환노위 소속 김 의원과는 무관한 문방위, 정무위 관장이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전 회장의 경우 지난 2012년 10월 중순경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KT가 운영하던 부진인력퇴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증인채택 여부가 현안이 됐었고, 당시 간사였던 김 의원의 반대로 증인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 김성태·이석채·서유열 '삼자 만찬' 언제?…2011년이라는 서유열 주장 합리적
서 전 사장은 2011년 김 의원으로부터 이 전 회장과 함께 저녁을 먹자는 연락을 받았고, 여의도에 위치한 김 의원의 단골 일식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도 진술했다. 서 전 사장에 따르면 이날 식사자리에서는 KT농구단이 창단 후 처음 우승한 이야기, 또 농구단에서 근무 중인 김 의원 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와 관련해 이 전 회장과 김 의원은 "세명이 함께 저녁식사를 한 일이 있기는 하나 2011년이 아닌 2009년의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9년은 김 의원의 딸이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계약직 청탁은 물론 정규직 전환 지시도 있을 수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법원은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데 대해 서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서 전 사장의 (만찬과 관련된) 진술은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고 즉흥적으로 꾸며내 진술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라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은 서 전 사장과 검찰에서 대질조사할 당시에는 2011년경이라고 했다가, 첫 변론종결일 때부터 2009년이라고 말을 바꿨다"면서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서 전 사장이 2009년 5월10일 쇄골이 부러지고 인대에 손상을 입어 입원했다가, 단체교섭에 참석하기 위해 5월13일 무리하게 퇴원했다는 진술 및 의무기록, 단체교섭 사진에 근거해 "오른팔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양복 상의도 입지 못하는 상태의 서 전 사장이 김 의원과 이 전 사장을 보좌해야하는 '어려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으로도 부적절해 보인다"고 봤다.
◇'흰색 각 봉투' 언급 없어…김성태의 채용 청탁 여부·대가성 입증이 쟁점
다만 지난 뇌물수수 혐의 공판에서 쟁점이 됐던 '흰색 각 봉투'에 대한 언급은 이날 판결에는 없었다. 앞서 서 전 사장은 "김 의원에게 직접 딸 계약직 이력서를 '흰색 각 봉투'에 담겨져 있는 상태로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의원 측은 서 전 사장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 전 사장이 이력서를 담아 의원실에서 '하얀 각 봉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통상 국회사무처에서 지급받아 사용하는 각 봉투 중 '하얀 각 봉투' 그때나 지금이나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해당 진술은 김 의원이 직접 딸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결정적 근거가 되는 만큼, 법원이 서 전 사장의 이 진술 역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김 의원의 뇌물 수수 혐의 역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김 의원 딸의 채용에 연루됐다는 혐의의 경우, 서 전 사장의 진술 뿐인데 혐의가 인정됐다"며 "다소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항소를 통해 관련 혐의를 다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 측 역시 김 의원 딸의 KT 채용과 관련해 대가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은 2012년 국정감사 당시 기업활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기업인의 불필요한 국감 증인 채택을 자제하자는 것이 당론이었고, 당시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이석채 KT 회장뿐 아니라 삼성전자 사장, 현대자동차 회장 등 다른 기업인의 증인채택 요구가 있었으나 모두 무산돼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딸의 정규직 채용과 관련해 KT 내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으며, 설령 KT의 누군가가 부정적인 의도로 김 의원 딸은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김 의원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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