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앞둔 이재용 부회장, 경영 흔들림없이 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4 17:42 수정 : 2019.10.24 21:43

변호인단과 재판준비 집중
日수출규제·무역분쟁 와중에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힐까 우려도

삼성의 경영 시계가 다시 느려지고 있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 등에 맞서 활발한 글로벌 경영에 나섰던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사법 리스크'가 삼성을 덮치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 경제보복, 반도체 시황 악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기업이미지와 대규모 미래사업 추진 등을 위해 이 부회장에게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최근 이 부회장은 25일 시작되는 파기환송 첫 공판을 앞두고 법무팀과 법무법인 태평양 등 변호인단과 재판준비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10월 들어 인도 출장, 삼성디스플레이 투자 발표 등 경영현안을 챙기는 와중에 파기환송심 대비도 하고 있다"며 "파기환송이 시작되면 재판 때마다 직접 출석할 의무가 있는 만큼 경영 현안을 챙기면서 재판도 참석하는 등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올 들어 숨 가쁜 경영행보를 이어오다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경영활동이 일절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핵심사업인 반도체의 시황 악화 등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연초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부문 경영진 회의를 시작으로 매달 굵직한 행보를 이어갔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2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점검, 4월 130조원대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 5월 일본 주요 통신사들과 5G 관련 현지회동, 6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승지원 회동 등 반도체와 5G 사업을 부쩍 챙겼다.

7월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가 터지자 일본출장을 떠나 사태수습에 직접 나섰고, 8월에는 일본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 관련 전자계열 전반의 비상경영 지시에 이어 국내 주요사업장을 순회하는 현장경영으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삼성물산 지하철공사 현장을 처음 방문해 격려하고, 빈살만 왕세자와 재회동을 갖고 5G 등 포괄적 사업협력을 논의했다. 10월 들어서도 5G 사업 관련 인도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지난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탕정사업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13조원대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계획과 비전을 직접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 파기환송심이 임박하면서 재판과 경영활동을 병행하는 고강도 일정을 보내고 있다.

삼성계열사 임원은 "일본 수출규제라는 악재 속에서도 일본 2위 통신사인 KDDI와 2조원대 5G 장비공급 계약을 성사시킨 건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이 부회장이 앞으로도 중동, 인도, 유럽 등 글로벌 무대에서 5G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데 재판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이 '포스트 반도체'를 찾아야 하는 중대기로에 서있는 마당에 수장 공백은 치명적"이라며 "더군다나 외국에선 전례가 없는 경영승계나 배임 같은 한국식 혐의로 기업인에게 올무를 씌우는 건 국가경제에도 큰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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