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올해 1%대 성장 현실화…'안 가본 금리' 카드 유혹 더 커졌다

뉴스1

입력 2019.10.24 12:32

수정 2019.10.24 14:5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016.12.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016.12.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민정혜 기자,김도엽 기자 = 우리나라가 올해 1%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통화정책 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전문가들은 역대 최저치로 내려앉은 기준금리가 내년에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함께 사용하는 폴리시믹스가 필요하다는 압박성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1.25%로 0.25%p 낮췄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안가본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기준금리가 0%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를 어느 선 이하로 낮추면 금융불안을 야기하는 실효하한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 여파로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만 높여놓고 정작 경제 전반에는 별 긍정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론이다.

◇3분기 성장률 0.4% 그쳐…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더 커져

한국은행은 24일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대비 0.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2.0% 성장률 수성의 최소 기준인 0.6%(전분기대비)에 미치지 못해 현재로선 성장률 2%대 턱걸이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2% 성장률이라도 지키려면 4분기에 전분기대비 1.0%(0.97%) 성장해야 한다. 현재까지 올해 누계 성장률은 1.9%다.

3분기 성장률 부진은 무엇보다 2분기 성장을 이끌던 정부의 재정 집행 동력이 상반기 조기 집행 영향으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기여도는 전분기 1.2%p에서 3분기 0.2%p로 대폭 낮아졌다. 민간 기여도는 순수출 증가로 마이너스에서 플러스(0.2%p)로 전환했지만 민간투자와 소비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민간투자에 해당하는 민간 부문의 총고정자본형성은 성장률을 0.7%p 낮추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민간 총고정자본형성 기여도는 지난해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이날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총재는 올해 2.0% 성장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쉽지 않지만 재정 쪽에서 열심히 하면..."이라고 답했다. 또 "기준금리를 내리면 GDP가 0.05% 정도 증가한다는 과거 데이터가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한은 금통위 직후 이 총재는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여력은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추가 인하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나온 것(3분기 GDP성장률 0.4%)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재료가 맞다"고 했다. 이어 "내년 1분기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올해 성장률이 2%를 밑돌 것이라는 점이었는데, 지난 2016년 기준금리가 1.25%였을 때 성장률은 2.9%였다. 기준금리가 경제의 체력을 반영한다고 보면 우리나라가 당시와 같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1%대 성장 현실화"…4분기 1% 성장해야 연간 2% 턱걸이

한국은행은 오는 11월 29일 수정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이미 한은 금통위는 지난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성장률 전망치(2.2%)를 낮출 것임을 예고해 얼마로 하향 조정하느냐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4%에 그친 것으로 나오면서 올해 2% 성장도 어렵다는 우려감이 커졌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잠재성장률(2.5~2.6%)은 4~5년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달려갈 수 있는 평균속도"라며 "잠재성장률이 2%대 중반이기 때문에 2%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1%대 추락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은이 발표한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2.5~2.6%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를 밑돈 것은 4차례뿐이다. 1956년(0.7%) 심각한 흉작 때문에, 1980년(-1.7%) 석유파동 탓에, 1998년(-5.5%) IMF사태로,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다.

한은은 앞으로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민간의 경기 회복 속도 등에 달렸다고 봤다. 정부의 재정 집행 동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도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요소로 짚었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경기를 지탱했던 재정지출 효과도 조기 집행으로 영향으로 더이상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정부 재정 총 473조6000억원 중 58.1%에 달하는 275조4000억원이 상반기에 집행됐다. 분기별 정부 재정 집행 규모는 1분기 138조2000억원, 2분기 137조2000억원, 3분기 96조6000억원이다. 3분기 재정 집행 규모가 1·2분기보다 30%가량 적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2%로 0.3%p 낮췄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월 2.9%에서 같은 해 7월(2.8%), 10월(2.7%)에 이어 올해 1월(2.6%), 4월(2.5%), 7월(2.2%) 등 5차례 걸쳐 0.7%p나 하향 조정됐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재정여력 부족 등으로 연간 성장률 2%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8월 말 기준 정부재정 집행률도 이미 77.4%를 기록하고 있어서 남은 2개월 동안 부족한 정부지출을 메꾸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도 "한국의 3분기 GDP가 시장 예상을 소폭 하회한 데 따라 연간 2%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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