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IN]여경 없어 체포 늦어?…美대사관저 구멍 뚫린 경비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3 15:02

수정 2019.10.23 15:22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8일 미국 대사관저에 대학생 단체가 무단 침입한 사건을 두고 경찰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초기 대응 과정에서 대학생들이 대사관저 담을 넘을 때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께 대진연 소속 시위대 19명(여성 11명, 남성 8명)은 사다리를 이용해 대사관저 담을 넘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철제 사다리를 이용했음에도 이를 진압하러 온 경찰은 의경 1명뿐이었다.
이마저도 진압 도구가 없어 남성 1명에게 무력하게 진압당했다. 이후 2명의 의경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시위대에 끌려다녀 월담을 제지하지 못했다.

담을 넘은 시위대는 관저 현관에서 "주한미군은 점령군"이라고 외쳤다. 경찰은 관저로 진입한 남자 대학생 6명을 바로 체포했지만 여자 대학생들은 여성 경찰관이 도착한 이후에야 검거를 시작했다.

경찰의 미대사관저 경비 실패는 최근에만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40대 중국 교포 여성이 담을 타고 넘어 들어갔고, 수 시간이 지나서야 내부 경비원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미숙한 대응에 대해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거리에서 시위용품 등을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며 "일반적으로 대사관저 경비 인력은 진압 도구를 인근 초소에 집중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월담 당시 여성 경찰 인력이 대사관저 정문에서 시위하던 3명을 연행하고 있었다"며 "시위 진압 시 성별 신체 접촉에 따른 시비는 경찰에게 민감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공무원법,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그 시행령 등에는 현행범의 성별과 이를 검거하는 경찰의 성별에 관한 규정은 없고, 경찰 내부에 명문화된 규정이나 지침도 없다.

경찰은 뒤늦게나마 대사관저 경비 강화 등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의경 2개 소대로 운영된 경비 인력에 경찰관 1개 중대를 추가하기로 했다. 미대사관 측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대사관저 침입 등 상황이 발생하면 경력 투입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경찰은 사다리나 밧줄 등 월담 수단별 차단 방안을 마련하고 보안 시설도 강화할 계획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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