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헤지펀드' 라임운용의 추락…사모펀드 규제완화 급제동

뉴스1 입력 :2019.10.20 06:40 수정 : 2019.10.20 06:40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오른쪽)와 이종필 부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를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6000억원 규모에 이어 24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를 추가로 중단키로 했다. 2019.10.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38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0.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토종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1위 업체인 라임자산운용의 84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기조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규모가 1조30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원금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회수 기간은 최장 5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금이 묶이는 만큼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 '토종 헤지펀드 1위' 초유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첫 출발점은 투자자문사였다. 우리은행에서 금융업무를 시작한 원종준 대표이사는 트러스톤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등을 거쳐 지난 2012년 자신의 회사인 라임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원 대표는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처럼 잘나가는 운용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라임투자자문은 2015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으로 전환했다. 금융당국이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한 때였다.

라임자산운용은 2017년부터 고속 성장을 하며 운용자산(AUM)을 눈덩이처럼 불렸다. 운용자산이 2017년 1조원, 2018년 3조원을 연달아 돌파했고 올해 7월말에는 6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전문사모운용사 중 최대 규모다. 종합자산운용사를 능가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주식과 채권 외에 부동산과 메자닌(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대체자산투자에 중점을 두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급격한 성장은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지난 7월부터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등 의혹이 불거지며 펀드런(Fund run)이 발생했다. 메자닌은 바로 바로 유동화하기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이 개방형으로 판매돼 환매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특히 CB(전환사채)로 투자한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해도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라임자산운용은 환매를 중단하고 코스닥 주가 회복이나 채권의 만기를 기다려 펀드 수익률을 방어하겠다는 입장이다.

◇ 환매 중단 규모 확대·장기화 가능성 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일 사모 회사채에 투자하는 '플루토 FI D-1호'(플루토)와 코스닥 기업의 CB·BW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테티스 2호'(테티스)에 재간접 형식으로 투자된 사모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다. 이어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플루토-TF 1호'(무역금융펀드) 환매도 중단했다. 환매 중단 재간접 펀드의 금액은 플루토 3839억원, 테티스 2191억원, 무역금융펀드 2436억원 등 총 8466억원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환매 중단된 3개 모펀드의 판매액은 총 1조3363억원에 달한다. 이중 4897억원(플루토 3091억원, 테티스 1806억원)의 환매는 중단되지 않았다.

라임자산운용은 내년 말까지 플루토와 테티스의 70%를 상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환매까지 2년6개월에서 최장 4년6개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금융펀드 투자 비중의 40%를 차지하는 북미 소재 펀드가 지난해 폐쇄형으로 전환하면서 환매가 불가능해지는 등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번 펀드 환매 중단 조치가 고객의 자산을 최대한 지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원 대표는 "코스닥 침체 등을 고려할 때 무리한 자산의 저가매각으로 손실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주가 정상화 측면에서 상환을 연기하고 안전하게 상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펀드 환매 중단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자금이 묶이는 고객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제동 걸리나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규제개혁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10% 룰'로 불리는 의결권 제한과 지분보유 의무 규제를 폐지하는 등 사모펀드 규제완화 기조를 이어왔다. 그 결과 사모펀드 시장도 급속히 커졌다. 올해 9월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 운용자산은 395조원으로 규제 완화가 시작된 지난 2015년 10월말 197조원의 2배로 성장했다.

그러나 대규모 손실로 파문을 일으킨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까지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제도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DLF 등 악재가 계속 반복되고 있고 라임자산운용 등의 문제도 나오니까 제 소신만 이야기하기에는 투자자 보호를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며 정책 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금융감독원도 소형 사모펀드 약 200여곳에 대한 전수검사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로 사모펀드 규제 완화 기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결국 상품의 구조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정책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완화 방향 자체는 올바른 것인데, 라임운용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니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네이버채널안내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광고 닫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