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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이춘재 자백 파장…청주로 번진 '강압수사' 논란

뉴스1

입력 2019.10.16 15:51

수정 2019.10.16 15:51

25일 오후 MBC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MBC캡쳐) 2019.9.25/뉴스1
25일 오후 MBC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MBC캡쳐) 2019.9.25/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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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김용빈 기자 =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에 대한 경찰 수사가 예상치 못한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30여년 만에 특정되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지만, 곧바로 과거 경찰의 부실·강압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모방범죄로 결론 난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에 이어 이춘재가 추가 자백한 청주 2건의 미제 살인사건도 다른 이들이 용의선상에 올라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화성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부실·강압수사 논란은 모방범죄로 결론 난 화성 8차 사건에서 시작됐다.


8차 사건은 화성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이 계속되던 1988년 9월 발생했다.

1988년 9월16일 새벽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자신의 집에서 혼자 잠을 자고 있던 박모양(당시 13세)이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듬해인 1989년 7월 범인으로 특정된 윤모씨가 붙잡히면서 모방범죄로 결론 났다.

당시 경찰은 사건 수법이 이전 사건들과 다른 점, 범행이 벌어진 방안에서 발견된 음모가 범인(윤씨)의 음모와 일치한 점 등을 근거로 그의 범행 즉 모방 범죄로 판단했다.

재판 끝에 무기수로 복역하던 윤씨는 20년형으로 감형 받고 2009년 8월 출소했다.

그런데 화성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윤씨는 당시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건이 조작됐다며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여러 재심 사건을 맡아 무죄를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와 재심을 준비 중인 윤씨는 '재심을 통해 억울한 누명을 벗고 명예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춘재 자백에 포함된 2건의 청주 미제사건도 발생 당시 다른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1991년 1월 26일 청주 가경동 택지 조성 공사장에서 박모양(당시 16세)이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사건에서 경찰은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용의자 A씨(당시 19세)를 붙잡았다.

경찰은 A씨의 옷과 구두에 흙이 묻어있던 점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해 달라고 부탁한 점 등을 토대로 그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증거로 제출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조서 등은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점, 공판 과정에서 A씨가 진술이나 범행 재연의 상황을 모두 부인하는 점, 핵심 관계자의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항소로 열린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같은 해 발생한 '남주동 주부 살해사건'도 마찬가지다.

1991년 3월7일 오후 8시쯤 남주동의 한 셋방에서 주부 김모씨(당시 29세)가 목에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김씨는 양손이 결박되고 입에 스타킹이 물려 있었다. 가슴에서는 흉기에 찔린 상처도 있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대학생 B씨(20)를 유력 용의자로 검거했다.

지역 일간지 중부매일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B씨는 경찰에서 "출근 준비를 하는 김씨를 보고 충동을 느껴 담을 넘어 침입했다"고 진술했다. 또 김씨가 반항해 목을 조르고 흉기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B씨는 2차 조사에서 자백을 번복했고, 증거 확보에 실패한 경찰은 B씨를 풀어줬다.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이라면 청주 사건들 역시 화성 8차 사건과 마찬가지로 경찰의 부실·강압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두 사건 모두 엉뚱한 이들을 붙잡아 조사하느라 진범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사건 경찰 조사에서 당시 진범이 아닌 용의자들의 '자백'이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춘재의 자백을 토대로 과거 사건들을 살피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수사본부는 진실규명과 함께 당시 경찰의 수사과정에 대해 한 점의 의혹 없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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