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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화성살인사건 수사방식 '부실·강압수사' 꼬리표 달릴듯

뉴스1

입력 2019.10.14 07:01

수정 2019.10.14 07:01

25일 오후 MBC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MBC캡쳐) 2019.9.25/뉴스1
25일 오후 MBC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MBC캡쳐) 2019.9.25/뉴스1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운영되고 있다.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56)를 총 9회에 걸쳐 접견조사해 현재까지 14건의 살인 및 30여건의 성범죄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9.10.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운영되고 있다.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56)를 총 9회에 걸쳐 접견조사해 현재까지 14건의 살인 및 30여건의 성범죄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9.10.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수원=뉴스1) 이윤희 기자,유재규 기자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이 밝혀진지 약 한 달이 되가는 현 시점에서 당시 수사방식을 두고 '부실수사' '강압수사'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지난 9월18일 역대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꼽혔던 화성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이춘재(56)라고 특정한 이후부터 국민들은 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올바르게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법 최면가 2명과 전국 유능한 프로파일러 9명을 대동해 이춘재가 화성사건의 진범이라는 자백을 이끌어 내기도 하면서 경찰에 대한 수사신뢰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화성사건에 대한 당시 경찰의 수사방식은 '부실수사 및 강압수사였다'라는 오점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과학기술의 한계도 있었고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목격자 진술 뿐이어서 '지능형 범죄사건'을 다루기란 여러모로 열악한 수사상황에 놓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8차사건 이후로 용의자 혈액형을 B형으로 특정해 수사를 벌였고 족적(발 길이)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시 3차례나 용의선상에 올라왔던 이춘재(혈액형 O형)를 '혐의 없음'으로 제외한 것은 분명한 부실수사로 비판받는다.

200만여명의 경찰인력이 투입됐던 이 사건으로 2만1280명의 피의자 및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고 부실수사로 견디다 못해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사람이 4명이나 된다.

당시 경찰의 수사방식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986~1991년 총 10차례 발생한 화성사건 중 이춘재가 지난 4일 그동안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사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동시에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988년 9월16일에 벌어진 8차사건 때문에 자신이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 했다고 윤모씨(52)가 주장하고부터다.

경찰은 당시 8차사건의 피해자 방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 8점을 수거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체모에서 다량의 '티타늄'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과수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윤씨를 포함한 농기계 수리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모든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 윤씨를 범인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윤씨는 1심까지 범죄를 시인하는 듯 보였으나 이듬해 2심에서 강압에 의해 허위자백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윤씨는 "선천적인 소아마비 장애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경찰이 쪼그려뛰기 등 가혹행위를 했고 3일 밤낮으로 돌아가며 잠도 안재우고 (나를)폭행했다"며 "최 형사, 장 형사 등이 징역형을 줄여주겠다면서 허위자백을 강요했다"고 현재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후유증이 크게 남은 윤씨는 지금도 당시 수사관들의 성(姓)까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8차사건 소행이 자신이라는 이춘재의 자백에 따라 윤씨의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이) 같은 조직 구성원의 책임이 문제되는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 게 현실입니다"라고 꼬집었다.

윤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당시 3심까지 이 사건을 가지고 올라갔지만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청주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20년형으로 감형돼 지난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당시 수사관들은 윤씨의 이런 입장과는 다르게 "국과수 감정결과라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증거자료가 있는데 굳이 불필요한 강압수사를 할 필요가 있겠냐"며 상반된 주장으로 강하게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수사본부인 경기남부청도 원점부터 수사를 재개하면서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내놓은 채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함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 한점의 의심도 남기지 않기 위해 진실규명을 다할 것"이라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당시 수사 관계자를 만나 과오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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