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SK-LG ‘美 분리막 특허訴’… 과거 소송과 동일 여부 논란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3 17:26

수정 2019.10.13 18:50

SK이노 "과거와 같은 건" 주장 LG화학 "국가 별로 달라" 반박
나라별 특허범위 권리 다르지만 일각선 "다른특허 단정 어려워"
결국 특허법원 등 통해 가려야
SK-LG ‘美 분리막 특허訴’… 과거 소송과 동일 여부 논란

"LG화학이 미국에 제기한 특허소송에는 지난 2011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고 앞으로 10년간 특허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특허건도 포함됐다." -SK이노베이션-

"이번 특허소송은 과거 한국에서 걸었던 특허와 권리 범위부터 다른 별개의 특허이다. 당시 합의서상 대상 특허는 한국 특허이고 이번에 제소한 특허는 미국 특허이다." -LG화학-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특허 침해 중 두 회사가 과거 국내에서 다툼이 있었던 특허건과 동일한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 특허"라는 주장이고 LG화학은 "다른 특허"라는 입장이다. 만약 두 특허가 같은 것이라면 이미 결론이 난 것을 LG화학이 다시 한 번 미국으로 가져간 것이 된다.


■SK이노-LG화학 엇갈리는 주장

LG화학은 지난달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의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을 특허 침해 혐의로 미국 ITC에 제소했다. 이에 앞서 SK이노베이션 역시 LG화학과 LG전자를 특허침해 혐의로 미국 ITC에 제소했다.

문제는 LG화학이 이번에 제소한 특허 5건 중 하나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 미국 특허가 한국 특허와 동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2011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국내서 특허권침해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패소했고 두 회사는 앞으로 10년간 "대상 특허(안전성 강화 분리막)와 관련해 직접 또는 계열사를 통해 국내, 국외에서 상호간 특허침해금지나 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LG화학이 다시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회사측은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되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특허를 받았아도 특허 권리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특허라는 입장인 것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미국 특허(US517) PCT(특허협력조약) 국제출원제도를 통해 미국에 등록한 동일한 특허라고 주장했다. PCT출원이란 특허협력조약에 가입한 나라간에 출원인이 출원하고자 하는 국가를 지정해 자국 특허청에 PCT국제출원서를 제출한 날을 각 지정국에서 출원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발명자도 동일하고 발명의 상세한 설명과 도면도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단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발명자가 같고 특허가 똑같아도 특허 권리 범위가 각국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관련 전문 변리사는 "한국에서 받은 특허를 PCT제도를 이용해 해외에서 특허를 취득했더라도 이것을 같은 특허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사안별로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변리사는 "각 나라의 특허청구 범위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특허 청구 범위가 다르다고 해 다른 특허라고 단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발명의 상세한 도면과 권리 범위를 명확히 비교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특허법원 등을 통해 동일한 특허인지 아닌지를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재산 분야 전문가는 "PCT제도만으로 동일한 특허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본질적으로 다른 특허라고도 말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한국과 미국에서 인정받은 특허의 상세한 설명과 도면과 함께 과거 양사가 합의했던 합의문을 미국 ITC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