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제2의 DLF 사태?…라임운용 펀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뉴스1

입력 2019.10.10 15:29

수정 2019.10.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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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민 기자 =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 라임자산운용의 모펀드 2개에 재간접 투자된 6200억원 규모 펀드의 환매가 중단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경우 DLF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환매 중단이 장기화되고 연쇄 파장이 일어날 경우에는 투자자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앞서 지난 8일 "라임운용의 대체투자펀드 가운데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의 환매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모펀드인 '플루토 FI D-1호'과 '테티스 2호'의 규모는 각각 9000억원과 2000억원 등 총1조1000억원이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재간접 펀드 규모는 약 6200억원이다.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플루토 FI D-1호'가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은 대부분 발행회사와 인수계약을 체결해 편입한 사모 금융상품으로 구성됐다. '테티스 2호'는 메자닌을 주로 담고 있는데,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 혹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다.

메자닌은 CB나 BW 등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을 의미한다. 평상시에는 채권이지만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초과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독일 국채 연계 DLF의 경우 독일 국채 금리에 연계돼 수익률이 결정된다. 금리가 일정 구간 밑으로 내려가게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독일 국채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며 일부 상품은 전액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는 사모채권과 메자닌으로 구성돼 DLF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해당 채권이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은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과 일정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도 자산의 안전한 회수를 위해 판매를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환매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자산 매각) 과정에서 오히려 자산의 무리한 저가 매각 등으로 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저하돼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펀드 가입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관련 펀드들의 환매를 중단하고 편입돼있는 자산의 안전한 회수가 제일 중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매 중단이 장기화되고 만기가 곧 돌아오는 다른 폐쇄형 펀드들을 포함해 환매 중단이 확대된다면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라임운용이 채권을 보유한 기업 중 신용등급이 없거나 매우 낮은 기업도 있어 디폴트의 가능성도 있다.

코스닥 벤처기업 메자닌은 코스닥벤처 펀드의 의무 편입으로 지난해 귀한 몸이 된 바 있다. 일부 CB는 제로 쿠폰으로 발행되기도 했다. 이는 무이자임에도 주식 전환에 대한 기대만으로 CB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이 침체하면서 제로쿠폰 CB는 1년만에 골치덩이가 됐다. 주가 급락으로 주식 전환 실익이 없어지면서 그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메자닌 유동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환매 요구가 거듭되자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온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라임운용이 판매한 펀드가 메자닌이나 채권으로 구성돼 DLF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우려는 적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들이 다수 있고, 환매 중단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묶이는 돈의 규모가 커지고, 환매 중단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라임자산운용 환매 연기에 대해 금감원을 통해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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