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라임자산운용 6200억 펀드 환매 중단…연쇄 파장 오나

뉴스1

입력 2019.10.09 20:49

수정 2019.10.0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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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민 기자 =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 라임자산운용의 모펀드 2개에 재간접 투자된 62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가 중단됐다. 모펀드는 각각 사모채권과 메자닌(CB·BW)으로 구성된 상품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중 다수가 메자닌을 포함하고 있어 연쇄 환매 중단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환매 중단은 펀드의 지급 불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펀드 투자자가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의 피해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환매 불능 우려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과 상환금 지급 연기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9일 “지난달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검사를 토대로 유동성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자본시장법상 공모펀드와 달리 환매 등과 관련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모채권·메자닌 편입된 재간접 펀드 6200억원 환매 중단

라임자산운용은 "라임운용의 대체투자펀드 가운데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펀드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펀드의 환매가 중단된다"고 9일 밝혔다.

모펀드인 '플루토 FI D-1호'과 '테티스 2호'의 규모는 각각 9000억원과 2000억원 등 총1조1000억원이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재간접 펀드 규모는 약 6200억원이다.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플루토 FI D-1호'가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은 대부분 발행회사와 인수계약을 체결해 편입한 사모 금융상품으로 구성됐다.

'테티스 2호'는 메자닌을 주로 담고 있는데,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 혹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다.

메자닌은 CB나 BW 등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을 의미한다. 평상시에는 채권이지만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초과 수익을 누릴 수 있다.

◇ 대규모 환매 중단…이유는?

라임자산운용은 해당 펀드들의 환매 중단 이유를 '투자자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플루토 FI D-1호'가 담은 사모채권의 경우, 공모 형태 대비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과 투자가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장성이 낮아 유동화가 용이하지 않다고 라임운용은 설명한다. 유동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무리하게 매각을 할 경우 금전적 비용도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테티스 2호'가 담고 있는 메자닌은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것인데, 1년이나 1년6개월 이후 전환가 대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가 가능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기다리거나 상환 청구를 통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 7월 이후 코스닥 시장의 약세와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전환과 유동화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코스닥 벤처기업 메자닌은 코스닥벤처 펀드의 의무 편입으로 지난해 귀한 몸이 된 바 있다. 일부 CB는 제로 쿠폰으로 발행되기도 했다. 이는 무이자임에도 주식 전환에 대한 기대만으로 CB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이 침체하면서 제로쿠폰 CB는 1년만에 골치덩이가 됐다. 주가 급락으로 주식 전환 실익이 없어지면서 그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메자닌 유동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환매 요구가 거듭되자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온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환매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자산 매각) 과정에서 오히려 자산의 무리한 저가 매각 등으로 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저하돼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펀드 가입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관련 펀드들의 환매를 중단하고 편입돼있는 자산의 안전한 회수가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고위험 자산 비중 높아…연쇄 환매 중단 우려도

관련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자산 중 하이일드 회사채와 메자닌 등의 비중은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운용업계 평균 수준인 5~10%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라임운용의 새턴 등 대표펀드도 메자닌 자산을 편입하고 있어 환매 중단 펀드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환매 중단이 고객의 원금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금을 원하는 때에 회수할 수 없고, 이번 환매 중단에 불안감을 느낀 다른 고객들이 동시에 환매를 신청하며 환매 중단이 다른 펀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메자닌을 담은 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지난해 출시된 코스닥벤처 펀드는 의무적으로 코스닥 벤처 기업의 메자닌을 담도록 했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고객의 피해를 최소하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합리적인 가격 범위내에서 자산들을 최대한 신속히 회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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