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단독] 산은, 한진重 RG 발급 때 담보 부풀려...200억 이상 실질 손실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9 17:49

수정 2019.11.19 09:14

산은, 한진重 수빅조선소 561억 보증 손실 
조선업 부실·한진重 재무구조 악화 때도 보증 발급 
산은, 당초 700억 담보 건물로 실질 손실 없을 것이라 공언 
담보 건물 실거래가 약 345억 불과...200억 이상 실질 손실 
"실거래가 대비 과도한 담보에 수은과 이중 담보·허위 공언까지...방만 경영" 
[단독] 산은, 한진重 RG 발급 때 담보 부풀려...200억 이상 실질 손실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 해외 법인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하면서 한진중공업홀딩스 사옥에 700억원의 근저당권(장래에 생길 채권의 담보)을 설정해 보증손실 부담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 해당 건물 감정평가액은 보증손실액 561억원에 못 미치는 약 345억원에 불과해 근저당권이 부풀려졌고, 결국 200억원 이상의 실질 손실도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담보로 잡은 건물이 수출입은행과 이중으로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등 방만 경영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근저당권 부풀려 설정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대한 현지 법원의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산은이 수빅조선소에 발급한 RG에서 56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본지 6월 13일자 10면 참조> RG는 조선사가 파산 등의 사유로 선박을 인도하지 못할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갚아주기로 약정한 보증서를 말한다. 만약 조선사의 선박 건조가 중단돼 계약이 파기되면, 발주처로부터 선수금환급요청(RG콜)이 들어오고 보증 손실 가능성은 높아진다.


산은의 RG는 조선업 부실과 한진중공업 재무구조 악화가 심화됐을 때도 지속적으로 발급됐고, 결국 수빅조선소가 필리핀 현지 법원에서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됨에 따라 산은이 RG 발급 선박 4척(보증액 1090억원)에 대한 손실 부담을 안게 됐다. 이와 관련, 당초 산은은 RG콜이 들어오더라도 실질적인 손실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RG를 발급하면서 자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한진중공업홀딩스 사옥을 담보로 잡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담보건물 관련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6년에 산은으로 700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이는 보증 손실액 561억원보다 규모가 더 큰 것이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한국감정원의 '한진중공업홀딩스 담보물 감정평가서'를 보면, 해당 건물인 서울 삼성동 정석빌딩의 감정평가액은 약 34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 손실액 561억원보다 규모가 더 작고, 결국 216억원의 실질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수은과 이중으로 담보건물 계약
또한 담보 건물 관련 등기부등본을 보면, 산은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날에 수은의 300억원도 함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보증 손실액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갖는 해당 건물에, 수은이 이미 300억원 담보를 해놓은 상황에서 산은이 다시 700억원의 담보를 해놓은 것이다.
산은은 손실 발생시 수은과 함께 정산하기로 약정을 체결했고, 현재 수은의 근저당권만 해소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산은이 담보 건물을 기반으로 실질 손실이 제로라고 공언했던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안"이라며 "담보로 설정한 건물의 실거래가를 (감정평가를 통해) 파악을 했음에도 해당 건물에 터무니없는 규모로 담보를 걸고 수은이 담보해 놓은 건물에 또 무의미한 담보를 더하는 등 방만한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200억원 이상의 혈세를 날리고 허위 공언까지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호 의원은 "정부에선 RG 프로그램 규모 확대 등 여러 정책 방안을 통해 국내 조선업 일자리를 지키고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정작 산은은 경영 상황 및 전망이 매우 안 좋은 필리핀 조선소에 계속 보증을 섰다가 '예견된 손실'을 당하게 됐다"며 "산은의 세심한 정책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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