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4년전 사라진 아들… 죽기 전에 볼 수만 있다면"[잃어버린 가족찾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7 17:00

수정 2019.10.07 17:00

예명 '윤성' 지어준 자유의 집에서
충주보호소로 옮겨진 뒤 흔적 실종
김윤성(본명 김순기, 49, 당시 5세)씨는 1975년 7월 5일 서울 성동구 답십리에서 실종됐으며, 엉덩이에 연탄 불 데인 흔적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김윤성(본명 김순기, 49, 당시 5세)씨는 1975년 7월 5일 서울 성동구 답십리에서 실종됐으며, 엉덩이에 연탄 불 데인 흔적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죽기 전에 소식이라도 듣고, 부모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정을 말하면 이해해 주지 않을까요."

아버지 김칠규씨(76)가 바라는 것은 44년전 이별한 아들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 오해가 있다면 푸는 것이었다.

"솔직히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김씨였지만, 아들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은 여전히 품고 있었다.

7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윤성씨(본명 김순기·49·실종 당시 5세)는 1975년 7월 5일 서울 성동구 답십리에서 길을 나섰다 사라졌다.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섰는데, 당시 또래에 비해 성장이 늦었던 윤성씨가 청계천 다리를 따라오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가족 간 황망한 생이별이었다.

6개월 간 서울 전역을 샅샅이 뒤진 아버지 김씨는 당시 응암동에 있던 아동보호시설 '자유의 집'에서 윤성씨의 흔적을 발견했다. 시설에는 충주보호소로 옮겨졌다는 기록이 남아있었지만, 정작 충주에서 윤성씨를 찾을 수는 없었다. '윤성'이라는 예명도 자유의 집에서 얻었다.

김씨는 "당시 자유의 집에 있던 윤테레사 수녀가 아들이 이름을 제대로 대지 못하자 예명을 붙여줬다고 들었다"며 "너무 오래 돼 '순기'란 이름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이후 전국을 수소문하며 윤성씨를 찾아 나섰다. 지방 아동보호소도 방문하고, 제보를 받은 아이와 함께 DNA(유전자)검사까지 해 봤지만 아들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응암동에도 '김윤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는 없었다.


그러던 사이, 김씨는 가장 오랜 장기실종아동 가족 중 한 명이 돼 있었다. 그는 "실종아동 가족과 만나면, 윤성이가 (실종된 지) 가장 오래 된 것 같다"며 "국내에 있는지, 해외에 있는지, 생사만 확인 된다면 마음이 나을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이제 나이도 많이 들었고, 시간도 너무 늦었다"며 "아들이 직접 나를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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