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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10년간 부제소 약속 파기" vs LG "특허 권리·범위 달라"(종합)

뉴스1

입력 2019.09.29 15:17

수정 2019.09.29 16:36

지난해 9월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구광모 LG회장(사진 좌측)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우측)이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구광모 LG회장(사진 좌측)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우측)이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뉴스1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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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LG화학이 과거 SK이노베이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10년간 소송하지 않겠다'는 부제소(不提訴) 합의 원칙을 파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특허 권리와 범위부터 다른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이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입장자료를 내고 "LG화학이 2011년 12월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해 추가로 국내외 부제소하기로 합의한 특허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 중, SRS®(안정성 강화 분리막) 원천개념특허로 제시한 'US 7662517호'는 SK이노베이션에 2011년 특허침해를 주장해 패소했던 특허 'KR 775310호'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KR 775310호' 특허를 대상으로 2011년 12월에 제기해 2014년 10월 합의까지 진행된 특허권침해금지와 특허무효주장 등 모든 소송에서 패소했다. 2013년 4월에도 특허법원은 LG화학이 원고인 특허무효 소송에 대해 'LG화학의 주장 모두 신규성이 부정되므로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2014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에서 열린 특허권침해금지소송에서도 LG화학을 상대로 "원고의 특허발명은 통상의 기술자가 공지의 기술인 비교대상 발명들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어 진보성이 부정되어 무효이므로 원고 특허발명에 기한 원고의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된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로 법원은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당시 SK는 LG의 합의 제안에 대해 대승적인 협력자라는 관점에서 합의해준 바 있는데 특허법원과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에서 패소한 그 특허를 갖고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합의서에 서명한 시점은 2014년 10월로 양사는 합의 조항 4항에 'LG와 SK는 대항 특허와 관련해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외에서 상호 간에 특허침해금지나 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합의서에 사인할 때 당사자는 SK이노베이션은 김홍대 NBD총괄(현재 퇴임)이며, LG화학은 권영수 현 LG그룹(㈜LG) 부회장(당시 LG화학 대표이사)이다.

SK이노베이션은 "양사 간의 합의 정신에 입각한 신의성실 원칙을 준수하고, 합의 당사자인 LG화학의 당시 대표이사가 현 ㈜LG의 권영수 부회장인 점을 감안해 합의서 자체는 이번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LG화학의 부당한 소송제기와 여론전에 따라서는 공개는 물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양사 간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조항을 어긴 것도 부족해 특허법원이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특허법원 판결마저 무시하고, 이를 SK이노베이션을 공격하는 추가 소송의 자료로 쓴 것"이라며 "합의서 5항에는 체결일로부터 10년간 유효하다는 조항이 있는데 합의서 체결일이 2014년 10월29일로 채 5년이 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분쟁은 이미 국내외 언론 등에서 소송 당시는 물론이고 최근까지 소위 '분리막 특허 분쟁'으로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어 LG화학 쪽에서 모를 리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소송과 주장을 한 셈"이라고 부연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업 간 경쟁은 불가피하겠으나, 경쟁은 정정당당하게 할 때 의미가 있고, 경쟁 당사자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SK는 소송은 소송대로 강력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면서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묵묵히 다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당사가 이번에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과거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던 특허와 권리 범위부터가 다른 별개의 특허"라며 "이를 같은 특허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허 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LG화학은 반박문에서 "당시 합의서상 대상 특허는 한국 특허이고, 이번에 제소한 특허는 미국 특허"라며 "실제로 이번에 제소한 미국 특허는 ITC에서 ATL이라는 유명 전지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금지 소송에서도 사용돼 라이센스 계약 등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특허"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되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며 "LG화학은 한국 및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전세계에서 SRS® 기술과 관련해 약 8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는 등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데 이어, 이달 26일(현지시간)에는 2차 전지 핵심 소재 특허를 침해했다며 추가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소재,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ITC)와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델라웨어 법원)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도 이달 3일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현지 법인인 LG화학 미시간(LG Chem Michigan Inc.)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해 특정 자동차 회사 등에 판매하고 있는 LG전자도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대표이사 총괄사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16일 회동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측 간 소송전은 격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해결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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