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죽자고 싸우는 LG화학-SK이노베이션…화해 가능할까

뉴스1

입력 2019.09.29 08:00

수정 2019.09.29 08:00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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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쏘울 EV(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News1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쏘울 EV(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News1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이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 등은 갈등을 봉합하고 시장에 뛰어들길 원하지만, 입장 차가 커 당장 합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경쟁사들이 속속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나서는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양사 모두가 알아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6일(현지시간)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을 ‘특허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 측은 일반적인 소송 대응 절차라는 입장이다. 지난 3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특허 침해로 제소했는데, 이런 경우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특허로 맞대응하는 건 글로벌 특허소송의 트렌드라는 것이다.


다만 최근 양측 최고경영자 회동으로 잠시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 직후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에 이어 이번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이번 문제를 소송으로 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상황은 점점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닫고 있다.

두 회사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양측은 각자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승소를 확신하며, 상대 측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선 추후 협상을 할 경우 자신에게 유리하게 맞바꾸기 위한 카드 정도로 깎아내리고 있다. 한 회사 측 관계자는 "협상도 양측이 생각이 있어야 할 텐데, 현재 상황에선 그럴 여지가 크게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두 회사 사이에 끼어 난감하다. 최대한 빨리 화해해 세계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길 원하지만, 민간 기업 사이의 사건에 끼어드는 건 한계가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자칫하면 정부가 민간에 간섭한다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우리는 화해하길 바라지만 법정까지 간 마당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소송보다 협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산업은 조만간 한국의 주력 업종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수천억원에 달하는 소송 비용으로 업계 전문 인력의 공동 육성 등에 투입하는 게 양사에 더욱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LG화학 측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이 그동안 선도 업체인 자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공격적인 수주 활동을 하는 등 공정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려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협력과 화해가 중요해도, 불공정 행위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양측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건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전쟁이 국내로 옮겨붙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기차 시장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인데, 배터리는 전기차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향후 몇 년에 따라 이 시장의 선점 여부가 갈릴 수 있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둘 중 누가 옳은지에 대한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이번 소송전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특허 침해 소송에서 어느 쪽이 이긴다면 남은 한 쪽은 상대방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점이 인정되는 것이고, 이는 앞으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판로가 제한된다는 걸 의미한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아무리 싸고 품질이 좋아도, 추후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돼 사용이 제한될 수 있는 배터리를 굳이 지금 사들일 필요가 없다. 기업이 가장 무서운 건 이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라서다.

기술 표준을 선점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누구 하나가 업계를 주도하지 못하는 '춘추전국시대'다. 배터리 형태도 다르고 업체마다 규격도 다른 시장 초기 상황에서, 자사의 배터리 점유율을 빠르게 늘릴수록 기술 표준을 선점해 추후 유리한 고지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특허 소송 리스크가 지속된다면 다른 배터리 기업에게 시장 선점을 내줄 수 있다.
때문에 내년까지가 두 회사 운명의 중대한 기로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양측 모두 이런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배터리 소재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향후 경제 상황도 불투명한데, 제가 기업인이라서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양측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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