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면서 미·북 실무회담은 일단 탄력을 받게 됐다. 북한이 매우 꺼린 '선(先)핵폐기·후(後)보상'식 리비아 모델을 폐기한다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간 비핵화 조치와 제재 해제 등 보상을 연계하는 단계적 해법을 요구해 왔다. 그래서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이 핵동결 수준의 합의로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미리 지나친 걱정만 앞세워선 북 비핵화는 한발짝도 진전될 수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이 북한의 '새로운 계산법'과 일치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우리 중 누군가 떠난다고 해서 (미국의) 외교정책이 바뀔 것으로 추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볼턴 경질이 곧 '선제재 해제'는 아니란 뜻이다. 다만 내년 말 대선 고지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모종의 '북 체제보장' 카드를 제시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이런 전술적 유연성엔 한·미가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협상방식이 바뀌면서 한·미 간 확고한 공조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한·일 갈등 국면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인해 불거진 한·미 동맹의 균열을 봉합하는 일이 시급하다. 미국의 비핵화 로드맵이 달라졌다고 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한·미의 등정목표 자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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