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중에서도 AI가 그려낼 디스토피아를 우려한 이들은 많다. 지난해 타계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그랬다. 그는 생전에 "인간과 AI와 경쟁할 수 없고, 종국엔 인간을 대체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도 인간이 AI에 밀려 '잉여인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글로벌 경제거물들 사이에서도 AI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자를 대표한다. 그는 "AI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AI의 무기화에 반대하는 서한을 유엔에 보낸 바 있다.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AI는 인류에 굉장히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반대편에 섰다. AI 비관론자들을 "지구 종말을 부추기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하면서다.
지난주 한국을 찾은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이 논쟁에 동참했다. 그는 언론 회견에서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소멸은 이미 100년 이상 진행돼 왔다"면서도 "AI를 두려워 말라"고 주문했다. 엄밀히 말해 'AI 포비아' 유보론인 셈이다. 즉 "오늘날의 기술 발전(AI 등)이 과거의 기술 진보(기계화)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없앨 것인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사실 2·3차 산업혁명 때도 기계화나 사무자동화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더 많은 새 직종이 창출되기도 했다. 그래서 크루그먼의 주문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금은 AI로 인한 비관적 미래라는 결정론에 얽매이기보다 그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4차 산업혁명의 물꼬를 트는 노력을 기울일 시점일 듯싶다.
kn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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