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교통사고 낸후 이탈했다 돌아온 40대.. 2심 "블랙박스 제출 ‘자진신고’로 인정"[클릭 이사건]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2 16:50

수정 2019.09.22 16:50

40대 직장인 A씨는 2017년 11월 낮 시간대에 인천 시내를 주행하다 급하게 달려오던 7살 아이에게 중상을 입히고 별다른 조치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A씨는 이어 사고 인근에 차량을 주차한 후 10분 가량이 지나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당시 주변 목격자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폐쇄회로(CC)TV로 사고 현장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A씨는 CCTV를 살펴보고 있던 경찰관에게 다가가 "제 차가 지나가고 난 뒤 아이가 넘어져 있어서 이 사고가 제 차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진술하며 자신의 차량 내 블랙박스 칩을 경찰관에게 건넸다. 이후 경찰은 A씨가 의도적으로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보고 A씨에 대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다.

■1심 "조치 없이 도주, 면허취소"

사고 발생 당시 A씨는 "피해 아이의 상태를 살펴 피해자 어머니에게 아이를 넘긴 후 사고현장을 10분 간 이탈했지만 곧바로 다시 돌아왔으므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22일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도주했더라도 3시간 이내에 자진신고를 한 자'는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이는 면허취소는 과한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인천지법 행정1부(정성완 부장판사)는 A씨가 인천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어린아이가 12주 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 A씨가 즉각적인 현장구조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곧바로 사고 현장을 떠난 점에 미뤄볼때 자진신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은 "A씨는 사고 직후 어머니에게 '차가 지나가고 애가 쓰러졌지만, 제 차와 부딪혔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한 상황에서 10분 후 현장에 돌아와 경찰관에게 진술을 번복한 점 등에 미뤄 자진 신고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히 A씨가 7세 어린이에게 1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중대한 상해를 입히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한 점을 고려해볼 때 경찰의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2심 "자진신고, 취소 부당"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행정4부(이승영 부장판사)는 1심 재판부와 다르게 A씨의 행위를 '자진신고'라고 판단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준중형자를 시속 약 10km 속도로 운전하던 중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들 사이에서 차도로 뛰어나온 아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아이의 다리를 치고 넘어지게 했다.


경찰은 2심에서도 "A씨가 자진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경찰이 A씨 차량이 나온 CCTV를 확인하는 것을 보고는 시인했으므로 자진신고로 볼 수 없다"고 재차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자진신고란 자수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사고 현장을 이탈함으로서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가 스스로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있도록 경찰관에 밝히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경찰이 CCTV를 확인했더라도 CCTV를 통해 차량 번호판이나 얼굴을 식별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A씨가 제출한 블랙박스 영상으로 사고 야기자를 확인 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자진신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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