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이란, 전쟁행위 저질렀다"… 48시간내 ‘보복 제재’ 예고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9 18:12

수정 2019.09.19 18:12

사우디, 공격 배후로 이란 지명
트럼프 "중대한 제재 가할 것"
폼페이오 "자기방어권 지지"강조
이란은 혐의 부인·유엔 불참 경고
사우디 왕세자 만난 美폼페이오/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동하고 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4일 발생한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사건의 배후가 이란이라고 주장하며 "사우디의 자기 방어권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뉴스1
사우디 왕세자 만난 美폼페이오/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동하고 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4일 발생한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사건의 배후가 이란이라고 주장하며 "사우디의 자기 방어권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뉴스1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발생한 석유시설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공식적으로 지명하면서 중동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전쟁행위"를 저질렀다며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고 이란측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이달 열릴 유엔 총회에 불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국방부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흘 전에 동부 아브카이크 석유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을 타격한 드론(무인기)과 순항미사일 파편을 공개했다. 발표에 의하면 14일 공격 당시 8기의 드론과 7기의 순항미사일이 동원됐으며 이중 미사일 3기는 목표를 빗나갔다.

■이란의 "전쟁 행위" 용납못해

투르기 알 말키 사우디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이 "북쪽에서 날아왔으며 의심할 여지없이 이란의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들의 항속거리가 700㎞였다며 사우디 남쪽에 위치한 예멘에서는 목표까지 날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브카이크 단지와 예멘 최북단 간의 직선거리는 약 800㎞다. 말키 대변인은 "공격에 쓰인 무기는 이란 정부와 이란의 정치군대인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민간 목표물 및 사회기반시설 공격에 쓰는 종류"고 "이번 공격은 이란이 그렇게 보이도록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멘에서 오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발사지점이 이란이라고 확정하지는 않았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책임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그는 이날 사우디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멘 후티 반군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며 "이번 사태는 이란의 공격이었다"고 못을 박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사우디에 도착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이 "사우디에 대한 직접적인 전쟁행위"라고 밝혔다.

같은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후의 옵션은 전쟁을 의미하는데 지금 그걸 말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이란을 공격하기는 쉽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라크전 등을 지적하며 "그래서 우리는 전쟁에 동의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이란에 대해 매우 중대한 제재들을 가할 것이다. 48시간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제재 유력, 유엔 회동 가능성

미 정부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미국이 IRGC를 위해 물자를 밀수하거나 조달하는 개인 및 조직들을 제재하거나 기존 제재대상에 이란 은행들을 추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미 재무부가 제재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하는 것도 선택지에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란 경제가 기존 제재로 이미 황폐하게 변했지만 건설 분야와 이란 상장 기업, IRGC 휘하 재단 등 제재할 곳은 많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이란의 핵심 수입원인 석유 분야가 이미 제재에 들어간 만큼 추가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강경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제재만 늘어놓는다며 이란 정부가 미국을 얕잡아 볼 수도 있다고 반발하는 중이다.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은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은 지난 6월 미국 드론을 격추한 뒤 미국이 보인 절제된 반응을 나약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이란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이 이미 지난 16일에 스위스 외교관들을 통해 미국에 이란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IRNA 통신은 또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오는 24일 유엔총회 일반 토의 참가를 위해 각각 23일, 20일 미국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만약 미국이 비자를 내주지 않으면 불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자 문제는 내 소관이 아니다. 내 소관이라면 이란 인사들이 오게 할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14일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고 있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18일 성명을 내고 사우디뿐만 아니라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십 곳의 표적을 설정했다며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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