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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곧 하루 200만배럴 복구…완전회복돼도 시장불안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6 16:00

수정 2019.09.16 16:00

This image provided on Sunday, Sept. 15, 2019, by the U.S. government and DigitalGlobe and annotated by the source, shows damage to the infrastructure at Saudi Aramco's Abaqaiq oil processing facility in Buqyaq, Saudi Arabia. The drone attack Saturday on Saudi Arabia's Abqaiq plant and its Khurais o
This image provided on Sunday, Sept. 15, 2019, by the U.S. government and DigitalGlobe and annotated by the source, shows damage to the infrastructure at Saudi Aramco's Abaqaiq oil processing facility in Buqyaq, Saudi Arabia. The drone attack Saturday on Saudi Arabia's Abqaiq plant and its Khurais oil field led to the interruption of an estimated 5.7 million barrels of the kingdom's crude oil production per day, equivalent to more than 5% of the world's daily supply. (U.S. government/Digital Globe via AP)
[파이낸셜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론 공격으로 생산이 중단된 하루 570만배럴 석유 가운데 우선 하루 200만배럴 생산을 16일(현지시간) 밤까지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완전재개에는 앞으로 수주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사우디의 자체 석유재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비롯한 다양한 시장 안정화 방안들이 나올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분석가들은 사우디 석유공급이 온전히 재개되더라도 시장은 사우디 역시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불안 요인을 갖게 돼 석유시장에 새로운 고정 악재로 자리잡을 것으로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사우디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가 16일밤까지 중단된 산유량의 3분의1을 복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람코는 17일 시설복구와 관련한 중간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사우디 관리들에 따르면 생산능력 완전 복구에는 앞으로 수주일이 걸릴 전망이다. 예멘 후티 반군의 이번 드론 공격은 이전과 달리 사우디 핵심 석유시설을 노렸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석유시장에 단기적으로 또 장기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석유 공급자로서 시장이 필요로 할 때에는 석유공급을 충분히 확대할 것이라는 보루 역할을 했던 사우디의 입지와 명성에 심각한 타격이 미쳐 그만큼 석유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우디의 피습 규모는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평가에 따르면 아부카이크의 세계 최대 원유안정화 설비의 경우 최대 15개 구조물이 피해를 입었다. 사우디 관리는 "피습 수시간 뒤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틀림없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리는 "완전 재가동때까지 시장이 어떤 석유부족도 겪지 않도록" 사우디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드론 10대에 가동이 중단된 히즈라 쿠라이스 유전과 아부카이크는 사우디 핵심 석유시설이다. 쿠라이스 유전은 하루 150만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 최대 유전 가운데 하나이고, 아부카이크는 세계 최대 원유안정화 설비가 들어선 곳으로 이 곳에서 원유가 아라비아초경유(AEL) 등의 등급으로 나뉜다. 사우디 산유량 하루 980만배럴 가운데 700만배럴이 아부카이크 시설에서 등급이 나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아부카이크 가동 중단으로 세계 최대 유전인 가와르유전과 하루 100만배럴을 뽑아내는 샤이바유전 역시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 헬리마 크로프트는 아부카이크는 "사우디 에너지 시스템의 모함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드론 공격으로 전세계 석유공급량의 5% 규모에 이르는 하루 500만배럴의 사우디 석유공급이 중단됐다. 이는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하루 400만배럴 석유공급이 중단된 이후 최악의 석유공급 중단 사태다. 당시 유가는 두달새 2배 넘게 폭등한 바 있다.

시장불안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비축유를 방출했던 IEA가 발벗고 나섰다. IEA는 "지금 당장은 시장에 충분한 석유재고가 있고,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을 다독이고 "사우디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IEA의 주도로 필요할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비축석유 방출이 준비 중이고, 사우디 역시 자체 석유비축분을 방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리스태드 에너지의 분석책임자 매그너스 니스빈에 따르면 사우디의 석유재고는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때가 좋지는 않다.

가장 많은 대응방안을 갖추고 있는 나라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이다. 여전히 사우디 등에서 석유를 대규모로 수입하고는 있지만 막대한 셰일석유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석유시장 안정을 위해 자체 석유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택할 수 있는 옵션은 우선 SPR 방출이 있다. 미국은 현재 6억배럴 넘게 석유를 비축해 둔 상태다. 트럼프는 또 일시적으로 베네수엘라나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이들의 석유공급이 재개되도록 할 수도 있다. 미 석유수출 제한 규정을 더 완화해 셰일석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도 있고, 셰일석유 생산 확대를 꾀할 수도 있다.

다만 이같은 조처들은 모두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대응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피습의 피해가 모두 복구된다 해도 시장에는 지속적인 불안요인이 상존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 이란 측에 나포된 뒤 해상 석유운송비가 급등하고, 이 지역을 항행하는 유조선 보험료가 치솟아 유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처럼 사우디 석유시설 드론 공격과 이에따른 생산차질 가능성이 이제 석유시장에 상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사우디 석유시설 테러로 하루 약 400만배럴을 사우디에서 수입하는 중국, 일본, 인도,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겠지만 그 충격이 우려했던 것보다는 깊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낙관론자들은 OECD 석유재고가 올들어 꾸준히 늘면서 7월 현재 5년 평균치보다 2000만배럴 많은 29억3000만배럴에 이르렀기 때문에 사우디의 단기적인 석유공급 위축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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