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반복된 금융 파생상품 사태...누구 탓인가

뉴시스

입력 2019.09.15 10:00

수정 2019.09.15 10:00

2008년 키코 사태, 2011년 도이치증권 사태 등 박 교수 "강한 사후적 처벌 통해 신중함 가져야" 윤 교수 "자산배분적 관점에서 상품 바라봐야"

【서울=뉴시스】이준호 기자 =
최근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DLS)에서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복된 파생상품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현황'에 따르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이다. 전체 판매 잔액의 99.1%(8150억원)는 시중은행 3곳이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했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률이 95%까지 예상된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파생상품 관련 사건이 몇 차례 있었다. 지난 2008년에 일어난 '키코 사태'가 대표적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금융권에서 DLS 사태를 '제2의 키코 사태'라고 부를 정도로 유사한 사건이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이번 사태는 키코 사태와 유사한 점이 있다"며 "사태 발생 원인은 다르지만, 옵션상품 판매와 불완전판매 가능성 부분에서 닮은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지난 2009년 ELS 불공정혐의 거래, 2011년 도이치증권 옵션 쇼크 사태, 2013년 한맥증권 사태 등 파생상품과 관련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이처럼 파생상품과 관련된 사건이 반복되면서 사후적 처벌과 규제가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상품 종류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는 키코 사태와 마찬가지로 상품과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못 듣거나 이해가 안 된 상태에서 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키코가 중소기업 대상이라면 이번 사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교는 강한 사후적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금융테크닉이 자주 바뀌면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 사전적 처벌이 사실상 실효성이 약하다고 본다"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강한 사후적 처벌이 있어야 상품 판매에 신중함을 갖게 될 것이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금융소비자 보호법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 소비자들에 대한 금융 교육 강화와 금융투자 피해 발생 시 입증 책임을 금융회사가 지도록 하는 법안이다. 소비자와 금융사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어 금융 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에서 발의됐다.

최종구 전(前) 금융위원장도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다면 DLS 사태 대처에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고수익·고위험 상품 자체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그는 "고수익·고위험 상품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은 어색하다"며 "이를 자산 배분적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자기 자산의 몇 퍼센트를 넣었는가를 살펴야 한다"며 "은행 창구에서 50%, 100%를 권유했다면 그 자체로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자산 배분을 전제로 자금이 들어갔다면 괜찮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품 판매에 따른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윤 교수는 우선 "불완전판매 여지는 없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100을 가진 사람이 1이나 2를 투자하는 것은 자산 배분적 관점에서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일정 자산의 비율만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Juno2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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