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토요줌인] 정권 악재에도 한국당은 왜 반사이익 누리지 못할까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4 06:00

수정 2020.10.02 15:32

[토요줌인] 정권 악재에도 한국당은 왜 반사이익 누리지 못할까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최근 약 한 달간 '조국 정국'이 전국을 뒤덮었다. 표면적으로 조국 정국은 문재인 정권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엔 큰 악재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엔 큰 호재로 여겨질 만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율도 30% 후반대에서 큰 변동이 없다. 한국당 지지율은 소폭 오름세에 불과하다. 비단 조국 정국에서만이 아니다. 사안의 경중은 다르지만 이전에 비슷한 상황 구도가 형성됐을 때도 지금과 대체로 유사한 흐름이 전개됐다.


보통 정치에선 한 세력이 실정을 하거나 악재를 겪게 되면, 반대편 세력이 반사이익을 얻기 마련이다. 전자가 현재의 집권세력이고 후자가 야당이라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야당인 한국당엔 이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의견에 기반해 해당 원인 몇 가지를 살펴봤다.

■국정농단 트라우마 여전...친박은 재등용
지난 2016년에 드러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한국당이 배출한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 해 연말 국민들은 전국적으로 촛불을 들었고, 결국 박근혜 정권의 조기 퇴진과 새로이 문재인 정권의 출범을 촉진시켰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직까지도 국민들의 뇌리속에 강하게 남아있다는 평가다. 한 개인의 전방위적인 국정 개입과 전횡, 이에 휘둘린 정권의 모습은 헌정 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고, 이와 관련한 재판은 계속되고 있으며 과반수 이상 국민의 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단죄 여론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더욱이 한국당이 박 정권의 기반이었던 친박(박근혜) 세력과 단절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을 끌어안는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국정농단의 안 좋은 기억을 상기시키고 국정농단 후계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키게 만드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최근 친박계가 한국당 내 요직을 장악하면서 다시 당 전면에 포진하는 모습"이라며 "지도부가 당내 입지 강화의 일환으로 친박계에 손을 벌리는 것인데, 이는 이전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여전한 반감 여론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 제시 미비...이념 프레임 공세 치중 양상
한국당의 미비한 대안 정치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외교와 경제 정책 등에 있어 문 정권에 대한 비판이 주로 존재할 뿐 합리적인 대안 제시는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정치적 이념 프레임을 덧씌운 철지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정권의 유화적인 대북 외교 정책을 놓고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거나 주요 경제정책은 좌파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족보를 잇고 있다는 비판 등이 그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 민주당은 눈에 띄는 정책대안을 제시해 작지 않은 성과를 거둔 적이 있다. 2010년 6.10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복지'라는 대안을 들고 나왔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를 선거의 화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불리할 것으로 보였던 전세를 뒤집고 여러 시·도지사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한국당은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각종 정책들에 정치적 이념 프레임에 기반한 공격을 가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라며 "이런 모습은 자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나,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중도층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들을 포섭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적 피로감 유발과 구태의연함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내로남불 반감·근본적 불신
일련의 여론 흐름을 보면, 정부·여권 인사 및 관련 사안에 대한 문제가 강하게 제기될 때 대체로 이에 따른 부정적 여파가 한국당 등 야권에게도 미쳤던 것이 특징이다. 최근 조국 장관에 대한 의혹이 나왔을 때 뒤이어 주요 야권 인사들에 대해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던 것과 야권이 현 정부의 특정 정책을 반대할 때 과거 야권이 여권이었을 때 했던 모습에 견줘 야권을 비판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양측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기저엔 여권과 야권 등을 가릴 것 없이 소위 정치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대한 총체적인 반감과 정치인 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당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당 등 야당에 대해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발생하고, 정당 지지율에서 어느 한 쪽이 오르는 것이 아닌 중도층, 무당층의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며 "그만큼 정치사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심화돼 정치 허무주의가 팽배해지는 부작용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풀 협소
정당의 궁극적인 목표는 권력을 확보하는 것이고, 유력한 대권주자의 존재 유무에 따라 이같은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 크게 좌우된다. 당 내 유력 대권주자들의 숫자가 많다면 금상첨화다. 상당한 수준의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주자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면, 개별 주자들의 활동에 근거해 국민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오고 수권 정당으로써의 이미지와 가능성도 증대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당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사실상 황교안 대표가 유일하다. 최근의 대권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황 대표만이 수위를 다투고 있을 뿐 다른 한국당 인물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거론되는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에선 일정 정도 이상의 지지율을 기반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비교적 많다. 대표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있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도 급부상하고 있고, 재야의 인물로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전히 차기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 내 다양한 인물들의 존재감과 상호보완적인 경쟁구도 형성을 통해 해당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주목도와 기대감도 자연스레 높아지게 되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한국당에선 차기 대권주자풀이 협소한 상황이고, 거의 단독으로 거론되는 유력 주자도 정치적 확장성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학습효과...민주당의 일사불란
최근 '조국 정국'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부분 중 하나는 민주당의 대응 태도다. 자칫 현 정권과 민주당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었던 변곡점에서,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맞서 끝내 조국 장관 임명을 성사시켰다. 현 정권 들어 민주당의 일사불란한 모습은 대북·대일 외교와 각종 경제정책, 쟁점사안 처리 등에서 자주 목격됐다.

비록 독선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당 내 결집은 지지층과 일부 중도층의 결집으로 이어졌고, 적어도 내부 혼란 없이 안정감에 기반한 국정운영을 어느 정도 뒷받침 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당 등 야당으로의 민심 이반을 다소 억제하는 효과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이같은 모습은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에 대한 학습효과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은 대연정과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등 민감한 사안에서 분열하거나 일부 당 내 인사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나타냈다. 당 내 분열에 이어 지지층의 분열이 일어났고, 국정운영 미숙과 혼란에 따른 민심 이반이 극심해져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급속히 악화됐다.


야권 관계자는 "당 내 분열에 따른 국정운영 혼선은 불안정과 무책임의 모습 등으로 비춰져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 이탈해 가는 결과를 야기했다"며 "그러나 현재의 민주당은 과거 경험을 교훈 삼아 결정적인 순간에 결집하고 방어하며 이전과는 다른 국면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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