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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베' 고이즈미의 취임 일성은 '탈원전'...아베와 충돌 불가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3 00:06

수정 2019.09.13 00:07

고이즈미 환경상, 첫 방문지로 후쿠시마行
전임 환경상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구상 부인
지역어민들에게 사과 표명 
탈원전주의자로 변신한 부친 고이즈미 전 총리 영향
원전 재가동 나선 아베 총리와 원전정책에서 충돌 불가피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일본 환경상이 12일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후쿠시마현을 방문해 마사오 우치보리 후쿠시마현 지사를 만나고 있다. AP뉴시스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일본 환경상이 12일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후쿠시마현을 방문해 마사오 우치보리 후쿠시마현 지사를 만나고 있다.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38세의 나이에 아베 내각의 '마스코트'로 화려하게 입각한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그는 지난 11일 입각 첫 날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탈원전주의자임을 밝히는 것으로, 환경상으로서, 또 '포스트 아베 대표주자'로서 행보를 시작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어떻게 하면 원전을 유지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없앨지를 연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원전사고가 또 일어나면 끝장"이라고도 했다. 젊은 각료의 이런 발언은 아베 정권의 원전관과 대비된다.
일본 정부는 현재 20%인 원전 의존도를 2030년 25%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원전정책을 둘러싸고, 아베 총리와 고이즈미 환경상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입각 전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 로이터 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입각 전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 로이터 뉴스1
12일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인 후쿠시마현을 찾아서 한 일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구상을 밝혔던 전임자의 발언을 뒤집는 일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고이즈미 환경상이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이와키시 지역의어업협동조합 관계자들을 만나,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국가정책이 아니라는 해명과 함께 사과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전임자인 하라다 요시아키 전 환경상은 퇴임 직전(지난 10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폭탄발언을 던져, 한국은 물론이고 후쿠시마현과 그 주변 지역 어민들의 반발을 샀다. 나날이 늘고 있는 오염수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베 정권이 결국 해양 방류로 가닥을 잡았다고 볼 만한 발언이었다.

고이즈미 전 日총리, ‘탈원전’ 외길 위해 재계와도 ‘결별’
고이즈미 전 日총리, ‘탈원전’ 외길 위해 재계와도 ‘결별’

신임 환경상의 소신 발언은 반핵운동가로 전향한 부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행보와 맞닿아있다. 재임 당시(2001~2006년)원전확대 정책을 강하게 밀어부쳤던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기점으로 탈원전주의자로 180도 변신하며, 원전 재가동에 나선 아베 정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올해 3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도쿄전력과 일본 경제산업성을 향해 "미친 것 같다"고 맹비난하는가 하면, 총리 시절 자신이 원전 확대에 나섰던 것은 원전 업계의 로비에 속았기 때문이라며 당시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일본 국민들에게 원전의 심각성을 직접 호소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입장은, "부친을 존경한다"는 아들 고이즈미 환경상에게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의 '자기 정치'라는 시각도 있다. 차세대 총리 주자로서 정책면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아베와 포스트 아베가 원전정책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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