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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규제완화로 숨통… 선물옵션시장 질적 고도화할것" [인터뷰]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0 18:31

수정 2019.08.20 18:31

정창희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장외상품 장내 유인·신상품 개발
중화권 투자자 마케팅 적극 추진
정창희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이 장내 파생상품시장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정창희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이 장내 파생상품시장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한때 세계 1위(거래량 기준)였던 국내 장내 파생상품시장이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 따라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규제가 합리적으로 개선되고, 자유로운 상품 개발도 가능해져서다. 한국거래소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자도 적극 유치할 방침이다. 정창희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부이사장)이 이 같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이번 규제 완화로 파생상품시장의 거시경제적 기능이 재작동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 본부장은 금융시장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첫 번째는 소규모 자금을 대규모로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만기가 짧은 자금을 만기가 긴 자금과 연결시켜주는 기능이며 △세 번째는 파생상품의 등장으로 '위험'까지도 거래하게 하면서 거시경제적 기능을 하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규제를 하다보니 파생상품이 가진 거시경제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규제완화로 예전만큼은 아니라도 상당한 수준으로 이 같은 기능이 재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시경제적 기능 재작동 기대

경쟁력 확보 방안도 마련했다. 정 본부장은 "주력상품으로 갖고 있는 코스피200과 관련한 선물옵션시장을 질적으로 고도화하고, 통화와 관련한 시장을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관련 시장의 경우 구조적 요인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원·달러, 원·엔, 원·위안, 원·유로 선물시장만 갖고 있는데 장외상품을 장내로 유인하든지, 새로운 상품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24시간 거래체제도 확대할 방침이다. 그는 "국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45분까지 거래를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은 24시간 돌아간다"며 "사실상 야간시장은 미국의 시카고상업거래소(CME)나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외국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데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편리하게 투자하고, 국내 시장과의 연계도 원활히 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편리하게 국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생상품 투자 지역의 다변화를 위해 중화권(중국·대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지난 2017년 개설한 싱가폴 지점을 거점으로 중화권 시장 위험 선호수요를 끌어들일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장내 파생상품시장에서 중화권 투자자 비율은 현재 1% 미만"이라며 "이들은 비슷한 위험을 선호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국내 시장이 갖고 있는 경제 펀더멘털이 우수하기 때문에 헤지 등 거래를 위해 들어올 유인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 인식 바꾸는데 '앞장'

지난 2016년 9월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을 맡은 그는 "그간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동시에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당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터지면서 규제가 고강도로 이뤄지고 있던 터였다. 정 본부장은 금융투자업자들이 자기매매를 철수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만나 '(시장을) 다시 만들어보자'고 설득하고, 고빈도 매매(HFT)자들도 크게 보면 유동성을 공급하는 '마켓메이커'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투기 거래자'를 '방향성 투자자'라고 부르자고도 제안했다. 유동성의 70%를 차지하는 이들이 없으면 시장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시장본부는 3년 새 파생상품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내놓았다. "여전히 파생상품시장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손에 잡히는 파생상품시장'(2017년)을 출간한에 이어 올해는 파생상품시장이 거시경제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리기 위해 '경제적 의사결정과 파생상품시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장내 파생상품시장의 매력에 대해 "장외시장과 달리 안전한 데다 위험을 고정하고,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 증거금이 도입돼 있는 데다 증거금 평가가 부족하면 마진콜하고, 아니면 반대매매를 통해 위험이 번질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또 미결제약정수를 제한하고, 일정한 가격제한 폭을 설정하는 등 여러 장치가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현물의 경우 통상 100%의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데 반해 8~15%만의 증거금으로도 100%를 거래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편리한 접근성을 국내 시장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매매할 때나 청산할 때도 유동성이 시장의 핵심"이라며 "외국인 자금 등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선물시장은 시카고에, 현물은 뉴욕에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선물시장이 통합돼 있어 참가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IT 환경도 좋다"고 강조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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