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품 결함·관리 부실·감독 소홀… ESS 화재는 ‘복합적 人災’[ESS 화재원인 발표]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1 17:32

수정 2019.06.11 17:32

23건 화재 중 14건 완충후 발생..일부 셀에서 제조상 결함도 발견
옥내설치땐 600㎾h로 제한 등 제조·설치·운영 전단계 안전관리
이승우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승우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제품 결함·관리 부실·감독 소홀… ESS 화재는 ‘복합적 人災’[ESS 화재원인 발표]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잇따른 화재 사고가 제조사의 제품 결함, 사용자의 관리 부실, 정부의 감독 소홀이 빚어낸 복합적 '인재(人災)'로 확인됐다. ESS 화재사고 조사위원회가 5개월여간 조사했으나, 사고 원인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조·설치업체와 정부의 통합적인 부실이 원인이라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다. 정부는 뒤늦게 ESS의 제조·설치·운영 등 모든 단계의 안전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그간 정부의 가동중단 권고를 수용해 수개월째 멈춘 ESS 사업장에 대해선 전기요금 할인 이월 등 비용부담을 완화하는 선에서 일단락 지을 방침이다. ESS 화재사고는 지난해 5월부터 23건이 잇따라 발생했고, 정부는 뒤늦게 모든 ESS 설비의 일시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배터리 결함·설치 등 총체적 부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실시한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ESS 종합안전강화대책 및 산업생태계 경쟁력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조사위가 5개월여간 총 23개 사고현장 조사 및 자료 분석, 76개 항목의 시험실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전체 23건의 화재사고 중 14건은 충전완료 후 대기 중에 발생했다. 6건은 충방 전 과정, 3건은 설치·시공 중에 화재가 났다.

김정훈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위원장(홍익대 교수)은 "일부 배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함을 모사한 실증에서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다만 제조결함 상황에서 배터리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자체 내부단락으로 화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SS 화재와 관련된 업체는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업체 및 전력변환장치(PCS), 설계·시공(SI) 업체 등 30여개사다.

조사위는 △배터리시스템 결함 △전기적 충격 요인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 △운용환경관리 미흡 및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체계 부재 등 4가지를 화재 원인으로 꼽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품 불량이 첫번째다. 특히 유명 배터리 제조 1개사 일부 셀에서 극판접힘, 절단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제조 결함이 확인됐다. 배터리시스템 단락시험에선 2개사 배터리 보호장치의 직류접촉기가 폭발, 융착이 발생했다.

외부 전기충격이 있을 땐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단락 전류를 차단하지 못하고 배터리 랙 보호장치 내에 있는 직류접촉기가 폭발했다. 버스바(구리로 된 기다란 판)도 파손되면서 동시다발적인 화재가 났다. 수분, 분진, 염수 등의 열악한 환경에선 화재 위험이 더 컸다. 배터리 모듈 내 결로의 생성과 건조가 반복되면서 절연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ESS 설치상 부주의했던 점과 ESS 설계, 운영 및 배터리·PCS 등 구성품을 통합해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보호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관리 소홀 인정…전 단계 관리 강화

정부는 화재 원인을 토대로 ESS 제조·설치·운영 등 모든 단계의 안전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소방기준을 신설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강화 대책을 시행한다.

우선 ESS용 대용량 배터리 및 PCS를 안전관리 의무대상으로 정해 ESS 주요 구성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이귀현 산업부 제품안전정책과장은 "올해 8월부터 배터리 셀은 안전인증을 통해 생산 공정상의 셀 결함발생 등을 예방할 것이다. 배터리 시스템은 안전확인 품목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PCS는 올해 말까지 안전확인 용량범위를 현행 100㎾에서 1㎿로 높인다. 2021년까지 2㎿로 확대키로 했다.

설치 기준도 마련됐다. ESS 설치기준을 개정해 옥내설치의 경우 용량을 총 600kwh로 제한한다. 옥외 설치의 경우, 별도 전용건물 내 설치토록 규정한다. 물론 누전차단장치, 과전압보호장치, 과전류보호장치 등 전기적 충격에 대한 보호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ESS 전체 시스템에 대한 KS표준도 제정한다.

모니터링 조치도 강화한다. 비상 정지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과전압·과전류, 누전, 온도상승 등 이상징후가 탐지될 경우 관리자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정기 점검주기는 현행 4년에서 1~2년으로 단축된다. 또 ESS를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해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한다.
이 과장은 "각 사업장에서 배터리 만충 후 추가충전 금지, 온도·습도·먼지 등 운영환경이 엄격하게 관리되도록 할 것이다. 가동중단 사업장 중 옥내 설치된 시설은 방화벽 설치, 이격거리 확보 등 추가 조치를 적용한 이후 재가동토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ESS 설비 가동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사업장에 대해 △전기요금 할인특례 기간 이월(수요관리용 ESS)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추가로 부여(재생에너지 연계 ESS)할 방침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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