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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타워크레인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5 17:17

수정 2019.06.05 18:24

1792년 정조대왕은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혀있는 경기도 수원에 화성(華城)을 짓게 했다. 정조의 명을 받은 젊은 정약용은 중국에서 들여온 '기기도설(奇器圖說)'이라는 책을 참고해 손쉽게 성벽을 쌓을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냈다. 작은 힘으로도 무거운 돌을 들어올릴 수 있는 거중기(擧重機)다.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한 이 독창적인 건설장비는 지금의 기중기, 즉 크레인(Crane)이다.

크레인은 학(鶴) 또는 두루미라는 뜻이다. 길쭉하게 뻗어 올라간 모습이 학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초의 크레인은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에서 처음 발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가들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리스 건축물의 상당부분이 이 장비에 의해 지어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로마제국의 대표적 건축물로 손꼽히는 대형 수도교(水道橋)나 하늘 높이 솟아있는 중세 유럽의 대성당들도 기중기가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크레인은 쓰임새에 따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건설현장뿐 아니라 길거리 간판가게나 이삿짐센터 등에서도 흔히 크레인을 사용한다. 이런 크레인은 2.5t에서부터 100t까지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이는 차량의 무게가 아니라 이 장비가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를 뜻한다. 사이즈가 가장 큰 것으로는 이른바 ‘골리앗 크레인’이 있다. 보통 조선소에서 배를 조립하거나 해체할 때 사용하는 이 거대한 크레인은 몇천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건 타워크레인이다. 탑처럼 하늘 높이 뻗은 타워크레인은 고층 아파트나 건물을 지을 때 필수 장비다. 보통 10층을 기준으로 그 아래는 소형 크레인이, 그 이상의 경우에는 대형 크레인이 투입된다.
한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가 '소형 크레인 사용금지'를 주장하며 파업을 선언했다가 하루만에 철회했다. 무인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소형 크레인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건설현장도 4차 산업혁명의 도도한 흐름을 피해가기 어려운 모양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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