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타워크레인 노동자 2000명 고공농성…공사지연 우려 건설현장 '비상'

뉴시스

입력 2019.06.04 13:40

수정 2019.06.04 13:40

국토부 협상 결렬…3일 오후부터 농성 시작 양대노조서 2000여명 참가…장기 농성 불사 소형 타워크레인 폐기, 규제 강화 요구해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가동 멈춰…공정 차질 '밥그릇 챙기기' 지적에 "안전 문제 심각"반박
(출처=뉴시스/NEWSIS)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4일 오전 8시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공사현장. 트럭과 인부들이 오가고 공사가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건물위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7대는 그대로 멈춰있다. 이중 5대에 타워크레인 기사가 올라 고공농성중이다. 타워크레인에는 '국토부는 책임져라 더 이상은 못 참겠다'의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파크원은 지난 5월 골조공사를 마치고 상량식을 진행한 상태다. 현재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장은 큰 타격이 없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면 내년 준공 일자를 못 맞출 수도 있어 현장은 초조한 분위기다.
69층 높이의 초고층 건물이기 때문에 고층 마감 공사를 하려면 타워크레인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 관계자는 "식사할때 내려오고 다시 타워크레인에 올라가긴 하는데 그걸 못 올라가게 막을 수도 없어 그저 보고만 있는 상태"라며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노조 측과 하루빨리 타협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황은 영등포구 신길동 '힐스테이트 클래시안'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다. 타워크레인 7대중 6대에 타워크레인 기사가 올라가 고공농성중이다. 이 건설현장은 골조공사가 한창 진행중이기 때문에 건설공사는 '올스톱'된 상태다. 타워크레인 없이는 철근을 세우는 골조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이중 한 곳에 올라가있는 타워크레인 기사는 노조 집행부와의 전화연결을 통해 "어제 밤잠을 설쳤다"며 "식사는 조합원이 가져다주는 걸로 한끼 정도 해결하고 있지만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라 상관없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가 지난 3일 농성에 이어 이날부터 사실상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건설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해 지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양대 노조는 소형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전대책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타워크레인 가동을 멈추고 점거를 시작했다. 현재 농성에 가담하고 있는 조합원은 민주노총 약 1500명, 한국노총 약 500명 등 200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의 고공농성은 당초 4일 예정됐으나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노조측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내부논의를 거쳐 3일 오후 5시를 기해 일제히 시작됐다.

건설노조는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20시간 단기 교육 면허 소지자는 넘치고 정부는 사고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며 "소형 타워크레인에 대한 명확한 제원기준도 없이 단지 '인양하중 3톤 미만'이라는 기준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불법·편법으로 개조된 타워크레인이 건설현장에 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가 3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파악된 사고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추정이다. 사고 유형은 ▲전도 ▲지지고정 마스트(mast) 꺾임 ▲작업중 지브(jib) 꺾임이나 추락 ▲후크(hook)나 인양물 추락으로 인한 사고 등이다.

특히 노조는 도심속 타워크레인 사고는 밑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까지 크게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도심지속 타워크레인 사고는 밑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며 "그럼에도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은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사고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아 사고 통계도 잡히지 않고 별다른 사고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있다"고 통박했다.

건설노조는 현재 가동중인 소형 타워크레인중 오류가 많은 크레인은 즉각 폐기하고 소형 타워크레인의 높이나 지브 길이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장기 농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출처=뉴시스/NEWSIS)
(출처=뉴시스/NEWSIS)
이에따라 건설현장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건설사는 노조 파업으로 인해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해 건설사 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공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서두르다 안전문제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정해진 기간내 공사를 완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파업으로 중단된 공사기간 동안 하지 못한 공사분량을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며 "급하게 공사를 진행하다보면 인명피해 등 안전재해와 정해진 품질기준에 못미칠 우려가 있어 건설사뿐아니라 소비자들 또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공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골조공사는 철근을 박아 기둥 세워 올라가는 공사인데 타워크레인이 없으면 이 단계가 안되기 때문에 지연되면 후속 공정이 계속 밀릴 가능성이 높다"며 "대체 장비를 투입해서 조금이라도 지연을 막아보자는 입장인데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어 추가로 원가 부담이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건설노조는 4일 오전 11시 신길동 힐스테이트 클래시안 공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 이유 등을 밝혔다.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져 규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최동주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건설경기가 악화돼 일자리가 줄어든건 맞지만 소형크레인의 경우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답변했다.


최 위원장은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현장을 보며 일해야 하는데 소형크레인의 경우 시야가 제한적이다보니 작업하다 부딪혀 자재가 떨어져 밑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사망한사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yoo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