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라진 아들 21년간 홀로 찾는중… 국가 도움 절실" [잃어버린 가족찾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3 17:10

수정 2019.06.03 17:10

정읍 자택서 아들 실종된 김범천씨 당시 경찰수사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장기 아동실종 문제, 제도 개선해야
김태극씨(29·실종당시 8세)는 실종 당시 키 127cm로, 흰색 티셔츠에 검정색 반바지, 검정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김태극씨(29·실종당시 8세)는 실종 당시 키 127cm로, 흰색 티셔츠에 검정색 반바지, 검정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픈 마음이 한달씩 가요. 지금도 장기실종아동을 찾는 부모가 300명이 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아동 실종은 사회국가적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국가기관이 전문성을 높여야 합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개인적으로 들인 시간과 금전적 노력이 얼마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김범천씨(54)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실종아동 조기 발견을 위한 전담반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김씨의 아들 김태극씨(29·실종당시 8세)는 전북 정읍시 자택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실종됐다. 김씨는 "저녁식사를 하고 잠시 뒤에 찾아보니 (아들이) 사라졌다"며 "실종 당시 아버지인 나의 휴대폰 번호도 알고 있었고, 전화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 그대로 증발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실종 초기 적극적인 수사 도움을 받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김씨는 토로했다. 외환위기 한파가 몰아닥친 직후인 데다 당시 지역의 비상사안과 겹쳐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실종신고 초반에는 '가출'로 분류됐고, 근처 경찰 지구대가 마이크 방송을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며 "지역 방송마다 아이 비디오를 제작해 보내고, 제보가 들어오면 확인하고, 전국 시설을 뒤져보는 일을 3년간 혼자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후 서울에서 다른 실종가족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교류하며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김씨는 2005년 실종아동 조기 발견, 지원에 관한 법령인 '실종아동법 시행령' 통과를 위해 가장 앞장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실종 전담반을 전국 경찰서에 배치하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아이를 잃은 부모는 죄인 취급을 받았다"며 "그렇지만 (장기 아동실종은) 국가의 책임도 크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여전히 퇴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를 잃고 경제활동도 못하고, 가정도 해체됐다"며 "부모들의 절망이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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