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文대통령은 '격려'라는데…'피랍 감사편지'에도 편치 않은 외교부

뉴스1

입력 2019.05.29 16:33

수정 2019.05.29 16:3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지난해 7월 리비아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315일 만에 풀려난 한국인 주 모 씨의 딸이 보내온 감사편지를 읽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2019.5.2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지난해 7월 리비아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315일 만에 풀려난 한국인 주 모 씨의 딸이 보내온 감사편지를 읽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2019.5.2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리비아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315일 만에 풀려난 한국인 주모 씨의 딸로부터 받은 감사편지.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2019.5.2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리비아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315일 만에 풀려난 한국인 주모 씨의 딸로부터 받은 감사편지.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2019.5.29/뉴스1


'리비아 피랍 석방' 딸이 감사편지 보내…"백방으로 노력한 외교관들에 감사"
'외교기밀 유출' 파문 속 '외교부의 진정한 임무' 제시했다는 분석도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다시 한번 아버지를 구출해주시는 데 노력해 주신 대통령님과 외교부 트리폴리 공관, 그리고 아부다비 공관 직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매번 반복되는 면담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보듬어주신 외교부의…."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28일) 오후 업무 보고차 청와대를 찾은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간부 등 직원들에게 편지 한 통을 가져와 읽어줬다.

리비아에서 무장단체에 315일 동안 피랍됐다가 최근 무사히 석방돼 지난 18일 귀국한 주모씨(62)의 딸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감사편지였다.

외교부 직원들은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6월 9일~16일) 일정과 관련한 보고를 위해 청와대를 찾은 터였지만, 마침 보고를 받기 직전 편지를 읽은 문 대통령이 편지를 바로 들고 나와 외교부 직원들에게 읽어줬다고 한다.


이례적인 문 대통령의 편지 낭독은 '격려'의 의미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29일) SNS를 통해 편지 전문을 공개하면서 "아버지의 무사귀환을 위해 수고해주신 외교부 공직자들에 대한 감사인사도 담겨 있다"며 "이분들께 큰 격려와 위로가 될 것 같아 본인의 양해를 받아 편지를 공개한다"고 했다.

주씨의 딸은 편지에서 "아버지께서 돌아오신 지난 10여일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아직도 꿈만 같다"라며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 절실히 깨달았다"며 감사를 전했다.

딸은 피랍 기간 문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의지하는 것 외에 가족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실제 리비아는 내전에 준하는 정세 불안으로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 공관 직원 전원이 인근 국가로 철수할 정도로 정세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는 "리비아 사정으로 수차례 좌절과 절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아버지 구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정부가 국민 보호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많은 위로를 받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딸은 아버지가 문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깊은 신뢰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아버지께서도 조국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셨다고 한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언젠가 구출될 것이라는 확신을 한 번도 포기하신 적이 없으시다고 하셨다"라며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님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으셨기 때문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께선 앞으로 남은 시간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국가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시겠다고 다짐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구출을 위해 노력한 외교부 직원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대통령님과 외교부 트리폴리 공관, 아부다비 공관 직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라며 "매번 반복되는 면담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보듬어주신 외교부 강영식 국장님, 이재완 국장님, 전한일 센터장님, 리비아 현지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체류하며 노력해주신 최성수 대사님, 리비아 특사로 현지에 가셔서 석방을 위해 노력해주신 백주현 특사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일일이 공직자들의 이름을 적었다.

딸의 언급처럼 이 편지는 아버지의 석방을 위해 동분서주한 외교관 등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이 편지를 외교부 직원들에게 읽어준 것을 두고, 최근 한미 정상 간 통화내역 유출 사태와 대사 비위·갑질논란 등 외교부의 기강해이가 잇달아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주씨 석방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한 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외교부가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를 강조함으로써, 동시에 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한 준엄한 질타의 의미까지 전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3급 국가기밀인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혐의로 주미대사관 외교관이 검찰에 고발되면서 기강해이 논란이 거센 상황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을지태극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기밀 유출 사태를 처음으로 언급, "변명의 여지없이 있어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며 "정부로서는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안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며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복무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리비아 피랍 국민 구출은 문 대통령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주무부처 수장인 강 장관, 외교부 직원들과 국방부 등 정부가 합심해 이룬 결과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대한의 외교력과 국방력을 동원했다.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아랍에미리트) 통합군 부총사령관이 방한했을 당시 석방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고, 주씨가 석방된 후 전화통화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정부는 백주현 전임 카자흐스탄 대사를 강 장관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에 파견했으며, 이 총리와 강 장관은 지난 3월 방한한 리비아 외교장관을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아덴만에서 임무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피랍 현지 해역으로 급파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