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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장단기 금리역전 심화…다이먼 "무역전쟁, 실제 문제 되고 있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9 20:53

수정 2019.05.29 20:53

美장단기 금리역전 심화…다이먼

장단기 수익률 역전이 심화되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드러난 유럽연합(EU)의 여론 양극화, 영국이 아무런 협정 없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고조, 이탈리아 극우 '동맹'의 약진에 따른 EU 재정협약 파기 가능성 등이 유럽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투자위축 등에 따른 성장둔화, 멀게는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 장기 금리를 단기 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JP모간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미중 무역문제가 기업의 자신감을 손상시키는 '실질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공세에서 수세로 전환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그동안의 공격적인 투자 흐름에서 벗어나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수세적인 흐름으로 역전됐다. 시장 흐름은 경기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기둔화 한 방향만을 가리키고 있다.
안전자산인 10년만기 미 국채는 수익률이 2.273%까지 떨어져 1년7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고, 유럽의 대표적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는 수익률이 마이너스(-)0.163%로 2016년 6월이후 약 3년만에 최저수준으로 하강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국채에 몰리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급락한 것이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또 떨어지면서 3개월만기 국채와 수익률 역전은 더 심화했다. 통상 장기 국채 수익률이 단기 국채 수익률을 웃돌지만 올들어 미 국채는 여러 번 장기가 단기 수익률보다 더 낮게 떨어졌다. 취약한 경제지표, 이란부터 베네수엘라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긴장 고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조심스런 태도, 여기에 심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등이 지난해 후반 3%를 웃돌았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을 2.2% 후반대로 떨어뜨린 주된 배경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우량주로 구성된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5주 연속 하락해 2011년 6월 이후 약 8년만에 최장 하강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배당이 높아 주식시장에서 채권 같은 역할을 하는 유틸리티, 부동산회사 주식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는 이란 원유수출 금지 조처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지속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가를 올 최고치 대비 8% 가까이 떨어뜨렸다.

미 경제, 침체 주의 단계 진입
이와함께 국채에 비해서는 위험자산으로 간주되는 회사채 수익률은 하락폭이 국채보다 작아 국채와 회사채간 수익률 격차인 스프레드가 커지고 있다. 전형적인 경기둔화의 조짐이다.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간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채권시장 흐름으로 볼 때 미 경제는 '경기침체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경기둔화 움직임은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심화하기 이전인 4월부터 이미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효과가 사라진 뒤 경기둔화 양상이 전개되면서 결과적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중립이라는 금리인상이 속도조절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브라운 어드바이저리의 채권 펀드매니저 토머스 그래프는 "감세의 경기부양 효과는 일시적이었다"면서 "감세 효과에 가려 통화정책이 얼마나 팍팍하게 조여지고 있는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채권 시장에서 이미 만기 2년~7년 국채 수익률 모두가 연준 기준금리 목표치 2.25~2.5%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의 이같은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TD증권 금리전략 책임자 프리야 미스라는 "경기침체 공포가 나타나고 있고, 이는 국채 시장에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미중 무역전쟁이 꼽힌다. 다이먼 JP모간 CEO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무시해도 될 정도의 사소한 국지전을 벗어나 이제 기업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투자도 위축시키는 '실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먼은 "무역은 실질적인 이슈라고 생각한다"면서 "무역(전쟁)은 국지전에서 이제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상황이 악화하고, 또 다른 충격요인까지 더해진다면 이는 자신감을 변화시키고, 투자 의지도 위축시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미 경기호황을 끝낼 요인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다이먼은 다음 경기침체는 투자자들을 무력화시키는 요인들의 집약체인 무역전쟁 또는 금리인상으로부터 촉발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기업들은 벌서부터 공급망 이동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분명 기업투자를 둔화시키고 서로 다른 종류의 불확실성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이지 어드바이저리의 채권펀드매니저 마크 매퀸은 "사람들이 무역전쟁과 이 무역전쟁이 가져올 충격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CEO들과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매퀸은 이같은 상황에서는 공장, 설비 등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이에따라 경제 성장도 둔화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각각 0.93%, 0.84% 하락했고, 유럽 주요 증시 역시 0.4% 안팎 밀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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