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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피랍국민 석방, UAE·리비아 국민군 역할 절대적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7 11:59

수정 2019.05.17 11:59

文정부 협력하던 통합정부 아닌 UAE·국민군 주도로 석방
외교부 당국자 "리비아 정세 매우 복잡, 다방면 노력해"
文대통령과 UAE왕세제와 정상회담, 석방에 중요 역할?
납치 배경·정확한 석방 상황에 외교부 "아직 파악 중"
청와대는 17일 '작년 7월 6일 리비아 남서부 자발 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회사 ANC사 캠프에서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된 우리국민 주모씨가 피랍 315일 만에 한국시간 어제 오후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년 8월 1일 리비아 유력 매체 '2018뉴스' SNS계정에 게시된 영상 속 주씨(왼쪽 두번째) 모습. /사진=연합 지면화상
청와대는 17일 '작년 7월 6일 리비아 남서부 자발 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회사 ANC사 캠프에서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된 우리국민 주모씨가 피랍 315일 만에 한국시간 어제 오후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년 8월 1일 리비아 유력 매체 '2018뉴스' SNS계정에 게시된 영상 속 주씨(왼쪽 두번째) 모습. /사진=연합 지면화상
지난해 7월 리비아 남부 무장단체에 피랍됐던 우리 국민이 315일 만에 석방된 가운데 그동안 우리 정부가 리비아 정부 측과 협조를 했던 것과는 별개로 석방은 아랍에미레이트(UAE)와 '반정부군'으로 불렸던 리비아 국민군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리비아 피랍국민 사태에 정통한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UAE에 따르면 UAE 정부는 리비아 국민군과의 협력을 하는 노력을 한 끝에 피랍국민이 풀려나게 됐다"면서 피랍된 우리 국민이 석방되는 데 UAE와 리비아 국민군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번 피랍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리비아 정부와 적극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이상진 재외동포영사실장을 대표로 하는 정부 대표단이 리비아 현지를 방문했고, 지난 3월 18일 한-리비아 외교장관 회담도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 석방은 우리 정부와 협조 체제를 구축했던 서부의 '통합정부'가 아닌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동부의 리비아 국민군이 나선 끝에 이뤄졌다. 사실상 정부가 '헛다리를 짚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리비아에 영향력이 있는 UAE 측에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서울에서 열린 한-UAE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지원을 부탁했고, 왕세제는 우리 국민 석방에 노력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리비아 정세가 굉장히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고, 우리 정부가 UAE·필리핀·미국·영국 등 유관국과 협력을 많이 했다는 것은 상황의 복잡성을 말해주는 방증"이라면서 "이는 그만큼 다양한 경로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에서 리비아 국민군을 반군이나 동부군으로 지칭했는데 사태 해결 국면에서 이제 '리비아 국민군'을 쓰는 이유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정식 명칭은 국민군(National army)가 맞고 국제사회도 그리 부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UAE는 리비아 지역에 역사적·경제적 영향력이 상당하고, UAE가 리비아 국민군의 현지에서의 영향력을 잘 활용한 것이지 우리 국민 납치를 주도한 무장세력과 리비아 국민군이 상호 지원·연계하고 있다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582일 동안 납치된 '제미니호 사건'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315일 동안 피랍됐던 우리 국민 주모씨(62세)씨는 석방 이후 러비아를 떠나 UAE 현지 우리 공관에서 보호하고 있고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주씨는 납치된 이후 수염을 한 번도 깎지 않은 듯 길게 수염이 자라 있는 상태였고, 자신으로 인해 여러 사람이 고생을 한 점과 석방을 위해 노력한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리비아 무장세력이 왜 한국인과 필리핀인 납치를 감행했는지, UAE·리비아 국민군과 무장세력 사이에 어떤 협상이 오고 갔는지, 어떤 상황 변화가 있었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도 "그 부분은 아직 확인 중이라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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