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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선박 피습 배후" 강경대응 예고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4 17:26

수정 2019.05.14 18:01

초기조사 결과 이란 지목.. 트럼프 "지켜볼 것" 경고
폼페이오, EU서 문제 논의.. 사우디·UAE는 배후 언급 안해
국제유가 한때 2%대 폭등
美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선박 피습 배후" 강경대응 예고

지난해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이란에 제재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정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 상선 피습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이란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적극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보도에서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초기조사 결과 12일 사건의 배후를 이란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부는 전날 발표에서 사우디 선적 유조선 2척과 노르웨이 선박 1척, UAE 선박 1척이 12일 오전 호르무즈 해협 근방에서 사보타주(파괴공작)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사우디와 UAE 모두 이번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WSJ에 의하면 미군은 13일 조사팀을 사건 현장에 급파해 파괴된 선박들을 조사했다.
사우디 유조선 가운데 1척인 '알 마르조카'호는 12일 새벽에 엔진실에서 불이 난 뒤 1차례 폭발을 겪었다. WSJ는 사건 이후 알 마르조카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선체가 기울기는 했지만 항해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석유가 수출되는 핵심 길목이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은 지난해부터 필요하다면 미국과 미국을 돕는 중동 산유국들을 압박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다만 이란 외무부는 사건 직후 국영방송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이 이란과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의 해명을 믿지 않는 눈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란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지켜볼 것"이라며 "그들이 무슨 짓이든 한다면 그것은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모스크바 방문을 취소하고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를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EU 대표들과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미 국무부의 브라이언 훅 이란 특별대표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회동에서 유럽측과 이란의 핵개발 재개 위협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훅 대표는 "우리는 이란이 위협을 하는 것 대신에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란은 위협에 초점을 두면서 형편없는 선택을 해 왔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떠난 이란 핵합의에 잔류하고 있는 EU 국가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만남에서 미국과 이란을 모두 비난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우리는 이란이 다시 핵무장을 하는 길로 후퇴하지 않도록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의도하지 않은 긴장 확대로 인해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 것을 매우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진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3분의1, 석유의 20%가 움직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높아지는 것이 확인되자 유가는 일시적으로 폭등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 주말보다 2.70% 폭등한 배럴당 72.53달러에 거래됐고,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58% 급등한 배럴당 63.25달러로 뛰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봉합 기대와 달리 격화된데 따른 충격으로 세계 경제둔화와 석유수요 위축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서 1%대 약세로 마감하는 급변동을 나타냈다.

호르무즈 해협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기는 하지만 가장 안전한 항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두바이의 컨설팅업체 카마르 에너지 최고경영자(CEO) 로빈 밀스는 이 곳 해상에서 유조선이 공격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면서 "보안이 삼엄한 곳"이라고 말했다.
예외가 있기는 했다. 2010년 일본 유조선 한 척이 폭탄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알카에다를 지지하는 테러리스트 그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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