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부르키나파소 피랍, 韓·美 외국인만 노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3 11:48

수정 2019.05.13 15:49

납치 당시 韓·美 여성 여행객만 납치해
韓피랍여성, 건강상 문제 無..이날 퇴원할 예정
정부 "여행경보 면밀하게 검토·위기관리 강화"
지난 11일(현지시간) 부르키나파소에서 피랍됐다 프랑스 군의 구출작전으로 풀려나 납치됐던 프랑스인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 공군기지에 도착한 한국인 여성 A씨(중앙). 이들이 도착한 공항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도 참석했다. 프랑스 군은 이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2명의 장병이 전사했다. A씨는 프랑스 군 병원의 검진 결과 건강에 큰 문제가 없어 13일(현지시간) 퇴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부르키나파소에서 피랍됐다 프랑스 군의 구출작전으로 풀려나 납치됐던 프랑스인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 공군기지에 도착한 한국인 여성 A씨(중앙). 이들이 도착한 공항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도 참석했다. 프랑스 군은 이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2명의 장병이 전사했다. A씨는 프랑스 군 병원의 검진 결과 건강에 큰 문제가 없어 13일(현지시간) 퇴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연합뉴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한국인과 미국인, 프랑스인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말리의 이슬람 무장테러조직인 '카티바 마시나'는 납치 감행 당시 외국인 여성만을 골라 납치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국내 여행객들에 대한 신변보호 관리 체계에 허점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개인 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해외 여행객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안전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테러조직, 외국인 여행객만 납치
13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께 테러조직이 부르키나파소 국경지역인 파다 옹구르마 지역에서 베냉으로 향하던 버스를 습격했고 10명이 타고 있던 버스에서 외국인인 한국·미국인 여성 각각 1명만을 납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납치 배경을 묻는 질문에 "프랑스 당국도 파악을 하고 있으나 현재로서 알려진 배경은 없고, 납치를 주도한 세력도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말리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카디바 마시나'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테러조직은 한국인 A씨와 미국인, 프랑스인을 납치한 이후 우리 정부 측에 특별히 요구사항을 밝히거나 납치의 배경에 대해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행 자제지역에 대한 여행을 막을 수 있는 지'를 묻는 질문에 " 공공의 안전과 여행·이동의 자유라는 권리가 상충되는 측면이 있고, 한 해 3000만명에 달하는 해외여행객의 일거수일투족은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비록 여행 자제국가라 하더라도 장기간 여행중인 특정 인물에 대해 정부가 여행 이력을 일일이 추적할 수 없고, 개인 여가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또한 '여행자제' 권고지역을 여행하더라도 강제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외교당국의 설명이다.

■해외여행객 안전관리제 개선 시급
그럼에도 불구, 해외 여행객들의 신변 안전에 대해선 국가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 기회에 해외 여행객들에 대한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행자제 국가에 여행을 하는 게 지극히 개인적인 의사라 할 지라도 국민 생명 보호에 무한책임을 지는 국가 입장에선 국민의 신변 보호를 위한 별도의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를 들어 여행자제 권고지역에 입경하는 경우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만큼 해당 국가내지는 정부측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해 사전에 만일의 불상사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전반적인 해외 여행객들의 사고 사례와 후속 조치 등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피랍됐던 한국인 여성은 약 1년 6개월간 세계 여행을 했고, 가족들과도 지난 3월 말 경 연락을 주고받은 이후 추가적인 연락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납치된 이후 제공된 식사를 잘 먹지도 못했지만 이후에는 식사와 운동을 하며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피랍됐던 A씨가 입원했던 프랑스 군 병원이 건강을 진단한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르면 13일(현지시간) 퇴원이 가능하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다만 심리적 안정을 취해야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철수권고' 상향 검토
외교부는 부르키나파소 동부지역의 여행경보 단계를 현재 '여행자제' 수준인 2단계에서 '철수권고'인 3단계로 상향하는 방안과 베냉지역의 여행경보가 없는 상황을 고려해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아프리카·중동 지역에 밀집된 여행위험지역에 대해 전반적으로 여행경보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재외공관 및 외교부 홈페이지의 해외여행 안전수칙 홍보를 강화해 대국민 여행 안전인식을 제고할 방침이다.

해외재난에 체계적인 대처를 위해 프랑스 등 위기관리 선진국들과 국제공조도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외교부는 현재 프랑스와 한-프랑스 위기관리체계 의향서를 체결하는 등 공조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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