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관광객 구하려다 애꿎은 군인만 희생'…佛 여론은 '싸늘'

뉴스1

입력 2019.05.12 15:27

수정 2019.05.12 15:27

프랑스인 2명, 정부 권고 어긴채 관광 도중 피랍
佛외무 "방문 말았어야"…당사자도 잘못 시인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구출된 관광객을 바라보는 프랑스 내 여론이 싸늘하다. 위험 지역이라는 정부의 경고를 무시했다가 애꿎은 프랑스군 특수부대원 2명이 희생된 결과가 나와서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프랑스24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에서 구출된 한국과 프랑스 국적 인질 3명은 이날 프랑스 정부 전용기 편으로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도착했다. 함께 구출된 미국 국적자 1명은 파리로 이동하지 않고 현지에서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장이브 르드리랑 외무장관 등의 마중을 받으며 땅에 발을 디뎠다. 한국인 40대 여성과 프랑스인 2명은 모두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프랑스 국적의 로랑 라시무이야(46)와 패트릭 피크(51)는 이날 언론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희생된 군 장병을 애도했다. 라시무이야는 "나와 피크는 (부르키나파소 인근 국가인) 베냉(République du Bénin)의 위험 지역을 피하라는 정부의 권고와 아프리카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했어야 했다"며 "우선 우리를 지옥에서 구출하느라 목숨을 잃은 두 장병의 유족을 찾겠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1일 부르키나파소와 베냉에 걸쳐 있는 펜자리 국립공원에서 이슬람 무장조직에 납치됐다. 당시 이들은 여행 가이드를 동반한 채 코끼리와 사자 서식지로 유명한 이곳을 관광하던 중이었다. 이들과 함께 실종됐던 가이드는 며칠 뒤 시신으로 발견됐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특수부대 '위베르 특공대'를 투입, 구출 작전을 벌여 자국 인질 2명 및 한국인 여성 1명과 미국인 여성 1명을 함께 구출했다. 한국인 인질의 구체적인 방문 목적 및 피랍 경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구출 작전 과정에서 무장세력과 교전을 벌이다 특수부대원 2명이 전사한 탓에 프랑스 내 여론은 싸늘하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구출된 프랑스인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납치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며 "이런 유형의 납치를 피해야 하고, 군 장병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관광객이 정부가 경고한 위험지역을 애초에 방문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14일 오전 파리에서 숨진 두 부대원을 기리는 추모식을 주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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