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감동 이야기

"개·고양이에게도 혈액형 있어요, 응급상황 대비해 미리 체크해 두세요" [문재봉의 아이러브 펫]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9 19:01

수정 2019.05.09 19:01

반려동물 수혈·혈액형 이야기
"개·고양이에게도 혈액형 있어요, 응급상황 대비해 미리 체크해 두세요" [문재봉의 아이러브 펫]


비비는 원인불명의 심한 빈혈(수혈 없이는 생명 유지가 어려운 정도)로 고생하는 13세 미니핀이다. 한달에 3~4회 수혈을 한다. 수혈 후 1주일 정도 되면 몸속으로 들어간 혈액이 모두 고갈돼 기력이 없어서 제대로 서질 못하고 비틀거린다. 식욕도 없고, 웅크리고 눈만 깜박거리고 힘들어한다.

다시 몇 시간 수혈을 받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활기차게 움직인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치료를 할 수 없고 수혈로 연명하고 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수혈이 반복된다. 그러던 중 몇 주가 지나도 심한 빈혈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시작한다.

수혈 간격이 점점 늘어나고 수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수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파중독, 신부전, 종양, 자가면역질환, 사고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반려동물에게 빈혈이 발생한다.

치료를 위해 수혈은 필수적이지만, 원활한 혈액 공급이 어렵고 반려동물의 수혈 및 혈액형에 대한 보호자의 인식 수준도 낮다.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혈액형이 있다. 혈액형을 알아야 부작용 없이 수혈도 할 수 있다. 개의 혈액형은 DEA(Dog Erythrocyte Antigen·개 적혈구 항원)로 나타내고 DEA1-, DEA1.1과 같이 뒤에 숫자를 붙여 표현한다. 주요 혈액형은 일곱 종류이고 1-, 1.1, 1.2, 3, 4, 5, 6 정도이다. 개의 혈액 속에는 동종항체(자연발생항체)가 없기 때문에 첫 수혈은 같은 혈액형이 아니어도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혈을 한번이라도 받았다면 다음 수혈을 할 때는 반드시 같은 혈액형을 제공해야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항체가 형성돼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혈 적합성검사를 해야 한다. DEA1-형은 사람의 O형처럼 다른 모든 혈액형 개들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다른 혈액형을 받을 수는 없다.

고양이는 사람과 비슷하게 세 가지 타입(A, B, AB)으로 표현한다. 개와 달리 사람처럼 동종항체가 있어 같은 혈액형만 수혈해야 한다. A형은 A형과 AB형에, B형은 B형, AB형은 AB형에게만 수혈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혈액형을 수혈할 경우 위험한데, 특히 B형 고양이가 A형 수혈을 받았을 경우 혈액이 신속히 파괴되고 사망까지 갈 수 있다. 반드시 동일한 혈액을 수혈하고 수혈 적합성 검사를 해야 한다. 또 B형 어미가 A형 또는 AB형 새끼를 분만할 경우 초유에 포함된 항체가 새끼의 적혈구를 파괴해 새끼를 죽게 만드는 '신생아 적혈구 용혈증'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B형 암컷과 A형 또는 AB형 수컷 고양이의 교배를 삼가야 한다.

고양이는 품종별로 혈액형이 분류된다. 90% 이상은 A형이고 순종 교배로 인해 브리티쉬 숏헤어, 터키시 앙고라 등은 B형인 경우가 많다. AB형은 1% 내외로 매우 드물게 벵갈고양이에서 나타난다. 우리 고양이가 B형 혈액형이라면 평소 B형 고양이 보호자 모임 등을 통해 필요시 서로 혈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고양이는 단 한번의 수혈 실수로도 사망할 수 있다. 평소 혈액형 검사를 통해 아이의 혈액형을 확인하는 것이 좋고, 수혈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수혈 적합성 검사를 해야 한다.

수혈은 많은 반려동물 환자를 살리는 중요한 치료이지만, 동물병원 의료현장에서 혈액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혈액은 한국동물혈액은행에서 공급되고 있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혈견의 동물권 및 복지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이후 공혈견 문제를 헌혈견으로 해결해보자는 움직임이 시작됐고, 지난해 정식으로 한국헌혈견협회가 창립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헌혈견도 동물권에 대한 문제의 소지가 없지는 않다. 헌혈견의 의지가 아닌 보호자의 결정에 의해 헌혈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혈견도 자신의 선행으로 아프고 가여운 많은 반려동물과 보호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호야도 대부분 공혈견의 혈액을 제공받았고, 일부는 헌혈견의 혈액을 제공받았다.
헌혈견캠페인을 통해 우리의 반려동물 문화를 바꾸려는 사회적 노력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더줌 상임고문·전 이리온동물병원장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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