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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4당 '제2공수처법' 공감대…패스트트랙 정국 격화될 듯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9 21:41

수정 2019.04.29 21:41

민주, 미래당 내분 막기 위해 '권은희案' 받아들이기로
평화·정의 "패스트트랙이 먼저"
타협 없는 한국당 "끝까지 투쟁"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여야4당이 강하게 결집하면서 정국의 실타래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준연동형비례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여야4당은 여러 변수가 발생했음에도 발빠르게 당 입장을 정리, 패스트트랙 지정에 속도를 냈다.

현 정국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기 전에 해당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에 태워야 한다는 절박감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야4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했던 대치 국면에 더욱 날을 세우면서 정국 해빙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오신환·권은희 의원 '강제 사보임' 논란을 무마하고자, '내부 달래기용'으로 권 의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법을 깜짝카드로 꺼내들었다.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규정을 신설해 공수처의 기소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골자인 해당 법을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것을 제안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패스트트랙 지정에 힘이 실렸다.


민주당 일각에선 반발이 있었으나, 권은희 의원안이 당의 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 공수처 설치라는 과제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패스트트랙을 추진해야 한다는 명분론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교감을 이루며 압박하자 반대입장이던 민주평화당은 금새 입장을 바꿔 패스트트랙 추진에 힘을 보탰다. 정의당도 패스트트랙 지정이 이뤄지는게 1순위라는 입장 아래 바른미래당 제안을 수용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 원내대표간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3당에서 패스트트랙의 시급성을 주장하면서 평화당이 입장을 다시 정리 좀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며 "패스트트랙 문제가 장기간 지속돼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짓는게 국회를 정상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일각에선 '게임은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여야4당의 합의안이 나온 이후 각당 의원총회 추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비였던 바른미래당에서의 '12대 11' 합의안 추인으로 인해, 패스트트랙 지정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의 강한 반발은 불가피하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얼어붙은 정국을 어떻게 푸느냐다.

바른미래당 내분은 일단락된다 쳐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등 각종 민생·경제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 협조 없이 정국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여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제와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며 강력 경고한 바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밤 의총에서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해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하게 하는 모든 노력을 하겠다.
저부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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