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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적 유방·난소절제술, 유방암·난소암 발병위험 90% 이상 낮춰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5 18:15

수정 2019.04.25 18:15

가족력 있으면 유전자 검사 받아 보세요
예방적 유방·난소절제술, 유방암·난소암 발병위험 90% 이상 낮춰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병원장이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대림성모병원 제공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병원장이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대림성모병원 제공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자 졸리가 예방적 유방·난소 절제술을 시행한 후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이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유방암과 난소암의 가족력을 지닌 안젤리나 졸리는 BRCA 검사를 통해 BRCA1 유전자에 변이가 있음을 확인한 후 2013년에 예방적 유방 절제술, 2015년에 예방적 난소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졸리의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은 유전성 유방암을 세계적 이슈로 만들었고 유전자 검사 및 예방적 절제술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인식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실제 유전자 검사와 졸리와 같은 예방적 유방·난소 절제술이 일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BRCA 검사 건수가 2010년 578건에서 2017년 5880건으로 약 10배 이상이 증가했습니다. 최근 2년간 검사 건수를 비교했을 때, 2015년과 2017년이 각각 2837건과 5880건으로 검사 건수가 2배 이상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KOHBRA)회가 한국유방암학회 산하 25개 병원을 대상으로 예방적 유방·난소 절제술 건수를 조사한 결과 유방암에 걸린 BRCA 보인자의 예방적 반대편 유방 절제술 건수가 2013년 5건에서 2017년 29건으로 5.8배 증가했습니다. 예방적 난소 절제술 건수가 2013년 22건에서 2017년 79건으로 3.6배 늘어났습니다.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병원장(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 총괄책임연구자)은 "BRCA 보인자라 하더라도 유방암에 걸리지 않은 가슴을 절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최근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예방을 위해 수술을 선택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라며 "예방적 유방 절제술은 유방암의 위험을 90% 이상 낮추고, 예방적 난소 절제술은 난소암의 위험을 97% 이상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12년부터 BRCA 보인자에서 예방적 난소절제술이, 2017년부터는 한쪽 유방암에 걸린 BRCA 보인자에서 반대편 유방의 예방적 절제술과 재건술이 건강보험 급여화되기 시작한 것도 예방적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물론 예방을 목적으로 유방과 난소를 절제하면 암은 예방할 수 있지만 한번 시행하면 돌이킬 수 없고, 유방 상실로 인한 심리적·신체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자신이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진단되고 가족 및 친척에서 1명 이상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있는 경우 △유방암·난소암이 동시에 발병한 경우 △40세 이전에 유방암이 진단된 경우 △유방암이 양쪽 유방에 모두 발병한 경우 △유방암과 함께 다른 장기에도 암이 있는 경우 △남성에게서 유방암이 발병한 경우 △상피성 난소암이 발병한 경우입니다.


김 병원장은 "유방암이 없는 여성에게 BRCA 유전자가 발견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는 변이 확률이 높은 여성들을 대상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며 "또 유전자 검사는 반드시 유전 상담 자격증이 있는 전문 의료진의 상담을 받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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