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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셰일석유로 '이란 공백' 못메워.. 고유가 불안 확산[이란산 원유 봉쇄 '후폭풍']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3 17:32

수정 2019.04.23 17:32

브렌트유 2.9% 급등 연중최고 하루 140만배럴 공급 사라져
베네수엘라·리비아 변수 겹쳐 사우디 증산해도 수급 빠듯
사우디·셰일석유로 '이란 공백' 못메워.. 고유가 불안 확산[이란산 원유 봉쇄 '후폭풍']


국제유가가 22일(현지시간) 3% 가까이 급등하며 올 들어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의 이란 석유수입 금지 예외조처 연장 불허 방침으로 하루 130만~140만배럴에 이르는 이란산 석유가 국제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내년 대통령 재선을 앞두고 유가상승에 민감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셰일석유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증산으로 석유공급 부족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베네수엘라, 리비아 등 다른 변수까지 겹쳐있어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트럼프가 미 셰일석유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급이 점차 빠듯해지는 상황에서 이란 석유수입 금지 예외연장 불허는 석유시장을 더 옥죄고, 사우디 등이 증산에 나선다 해도 그만큼 생산여력이 줄어들 것이어서 시장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경고했다.

■유가, 3% 가까이 급등

CNN비즈니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근월물이 배럴당 2.9% 상승한 74.04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11월 이후 반년 만에 처음으로 74달러를 돌파했고,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역시 2.7% 뛴 65.70달러에 마감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이란 석유수입 금지 예외조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미 행정부가 발표한 것이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와 기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이란 석유 수출 전면제재에 따른 석유 부족분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고,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사우디 등이 증산에 나설지 아직 불분명한 가운데 이들이 증산에 나선다고 해도 유가를 떨어뜨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여력이 사라지면서 시장이 충격에 극도로 민감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플래츠의 석유공급 분석 부문 책임자인 김신은 이날 미 행정부의 조처로 "석유시장은 연말까지 훨씬 더 빠듯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서 미국과 사우디 등이 증산에 나서게 되면 "석유시장은 가뜩이나 공급 위기가 고조되는 마당에 생산여력을 거의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컨설팅업체 팩츠글로벌에너지의 중동 부문 상무 이만 나세리도 "시장 압력이 높아지게 됐다"면서 "가격은 상승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나세리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최대 하루 100만배럴을 더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렇게 되면 충격에 대비한 시장 생산여력은 모두 잠식된다고 경고했다. 나세리는 "결국 석유시장의 다른 비상상황 또는 다른 위기에 대응한 생산여력은 거의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셰일 맹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란 석유수출 '제로'에 예외가 없을 것이라면서 미 셰일석유 증산 등이 부족분을 메우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우디와 UAE가 하루 100만배럴 증산하면 이란 수출량 하루 140만배럴 가운데 여전히 40만배럴이 부족해지고, 이를 미 셰일석유가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바클레이스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면 미 셰일석유 증산이 지속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셰일석유 생산 차질을 빚은 주된 배경인 석유 운송 문제가 해소되면 큰 폭의 증산도 가능할 수 있다. 송유관 3개가 올 후반 개통을 앞두고 있어 셰일석유가 시장에 쏟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셰일석유가 부족분을 메운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미 정유업체들만 해도 휘발유부터 각종 석유제품을 생산하려면 유질이 아주 가벼운 셰일석유뿐만 아니라 유질이 무거운 이란 석유나 베네수엘라 석유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셰일석유가 이란석유 공백을 모두 메울 수는 없음을 뜻한다.

한편 미국이 수입연장 불허 방침을 밝혔지만 당장 예외가 끝나는 5월 2일 그 이튿날부터 이란산 석유 '제로(0)'는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5월 3일부터 이란산 석유 수입이 완전히 중단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란에서 석유를 싣고 출발한 유조선들이 아직 바다 위에 떠 있고, 이 배들이 중국에 입항하려면 마감일인 5월 2일은 지난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보관 중인 이란산 석유로 석유제품을 만들면 이게 경제제재 위반이 되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이런 저런 요인들을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미국의 조처가 당장 5월 3일부터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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