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韓 등 8개국의 이란 석유 수입 예외조치 내달 종료할 듯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2 15:32

수정 2019.04.22 15:32

이란 남부 소로쉬 유전지대에서 나부끼는 이란 국가.로이터연합뉴스
이란 남부 소로쉬 유전지대에서 나부끼는 이란 국가.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8개 동맹국에게 내줬던 석유 수입 예외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전망이다. 미 정부가 5월 이후에도 수입을 계속하는 국가에게 즉각 보복할 지는 불분명하나 석유시장의 파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들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5월 2일로 만료되는 예외조치를 연장 없이 종료한다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이란 석유 수입도 막혀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 정부는 같은해 8월에 이란에 대한 경제재제를 재개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유가와 각국 사정을 감안해 한국, 일본, 대만, 터키,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를 포함한 8개국에게 180일 동안 한시적으로 이란 석유를 수입해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예외조치를 내렸다. 트럼프 정부가 예외조치 해당 국가들이 이란 석유 수입을 즉각 중단하지 않을 경우 5월 3일부터 바로 제재를 적용할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익명의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기존 예외조치 해당 국가들 가운데 일부는 이란 석유를 구입할 시간을 좀 더 받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수입한 이란 석유는 39억2900만달러(약 4조4857억원)어치로 전년보다 49.7% 줄었다. 이란 석유가 전체 수입 석유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2%에서 지난해 5.2%로 감소했다. 국내에서 이란 석유 비중은 숫자만 보면 크지 않지만 이란의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의 경우 가격이 낮아 정유업계에서 선호하는 유종이다. 지난해 1·4분기 국내 콘덴세이트 도입량의 51%는 이란산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만나 예외 조치 연장을 요청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란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2일 발표에서 미국과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며 "예외 조치가 끝나도 일본 경제에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따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美, 이란 석유 수출 완전 봉쇄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중심으로 하는 외교 강경파들의 압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석유 수출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며 8개국에 내준 예외조치를 공격해 왔다. 미 공화당 내 강경파들도 트럼프 정부에 예외조치를 끝내지 않으면 향후 정부 인사들의 인준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맞서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온건파는 석유 시장의 수급 충격을 감안해 급작스러운 대응은 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란이 국제 석유시장에 공급하는 물량은 일평균 110만배럴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22일 발표에서 이란 석유 배제 이후 국제 시장에서 이를 상쇄할 새로운 석유 공급문제를 설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상들과 전화통화에서 예외조치 종료 결정을 미리 알렸다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유가 상승에 매우 민감한 상황이며 국제 유가를 배럴당 70달러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석유시장은 예외조치 종료 소식이 알려지자 바로 출렁였다. 2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2.05% 올라 장중 65.31달러에 이르렀으며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브렌트유 선물도 1.97% 오른 73.39달러를 기록했다.
두 유종의 가격 모두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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