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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 못찾는 경제] 유류세 인하폭 줄어드는데 유가 고공행진… 가계·기업 부담 가중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4 17:29

수정 2019.04.14 18:05

두바이유 연초대비 35%나 뛰어..유류세 한시인하 연장효과 퇴색
리비아·이란 정세 불안 악재 산적..유가 80弗땐 실질GDP 0.96% ↓
[터닝포인트 못찾는 경제] 유류세 인하폭 줄어드는데 유가 고공행진… 가계·기업 부담 가중

휘발유값 8주 연속 상승4월 둘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8주 연속 상승했다.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주유소에서 차량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휘발유값 8주 연속 상승4월 둘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8주 연속 상승했다.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주유소에서 차량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일 당초 4월까지 예정됐던 유류세 한시인하 조치를 오는 8월로 4개월 연장한 건 최근 국제유가 상승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연초와 비교해 30% 이상 유가가 급등한 만큼 일시에 이를 환원할 경우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인하 폭이 종전 절반 수준(15%→7%)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당분간 유가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데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경제 특성상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유가 상승세는 체감물가 상승, 소비 위축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0.5%(0.31달러) 상승한 63.8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2일까지만 해도 46.54달러였던 WTI는 석 달여간 37% 이상 상승했다. 국내 수입되는 원유의 85%가량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70.10달러로 마감하며 연초 51.86달러 대비 35%가량 뛰었다.

이는 최근 급격히 악화된 중동 정세 영향이 크다. 리비아 내전, 미국의 이란 정규군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 등 산유국들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상태다.

유가 향방을 둘러싸고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먼저 내달 2일 미국의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수입 한시적 예외조치 연장 결정을 앞두고 있다. 만약 한시적 예외국 지위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원유 수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6월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결정 여부도 변수다.

시장에선 당분간 유가 흐름이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유가는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를 따라간다. 국제유가 오름세는 가계의 체감물가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4월 둘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값이 최근 8주 연속 올랐다. 이는 가계소비 위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오를수록 소비·투자·수출 등 국내 주요지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면 실질GDP는 0.96%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 GNI는 1.25% 하락하고 소비(-0.81%), 투자(-7.56%) 등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석유제품 제조원가는 7.5%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반도체, 전자, 자동차 등의 산업에서도 원가상승 압력이 0.1~0.4%가량 생긴다. 매출원가에서 유류비 비중이 높은 해운·항공업계도 유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향후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휘발유, 경유 등 기름값에 본격적으로 전이될 경우 기업 원가부담 확대, 소비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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