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 찾기] "32년전 집나간 동생, ‘현대판 노예’처럼 살까 걱정"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5 18:32

수정 2019.02.25 18:32

1987년 10월 10일 실종된 양원종씨는 당시 키 174cm, 체중 65kg로, 불규칙한 치열, 둥글고 흰 얼굴형이 특징이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1987년 10월 10일 실종된 양원종씨는 당시 키 174cm, 체중 65kg로, 불규칙한 치열, 둥글고 흰 얼굴형이 특징이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어디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자료가 너무 없어 찾기도 힘들다. 이렇게까지 연락이 닿지 않을 수 있을까……."

양경희씨(49)는 32년 전 사라진 두 살 아래의 남동생 원종씨(현재 47세·당시 15세)를 찾아 나서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당시 다녔던 중학교에도, 자동차 정비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소년원에도 원종씨와 주변의 기록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5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원종씨는 중학교 2학년생, 15살이었던 지난 1987년 10월 친구 5명과 함께 경기 광주시 퇴촌에 놀러 간 뒤 사라졌다.

친구 4명은 며칠 뒤 돌아왔으나 원종씨 귀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종씨의 아버지가 친구들에게 행방을 묻고 함께 퇴촌에서 수소문했으나, 결국 찾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는 1년여 후 대전 소년원(현 원촌정보산업학교)에서 발견됐다. 원종씨는 이듬해인 1988년 대전 소년원에서 출소해 집으로 돌아왔으나, 얼마 되지 않아 '친구 집에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사라졌다. 경희씨는 "이후 동생이 다녔던 중학교와 소년원 등에서 단서를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며 "중학교 졸업장에는 동생의 반 연락처만 없었고, 소년원에는 자격증을 땄다는 서류도 없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동생이 군대 갈 때가 되자 국방부에서 연락이 수차례 와, 주민등록을 말소하기도 했다"며 "동생이 말소를 해지하면서 행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그런 연락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희씨는 동생이 연락을 취할 방법도 없는 '현대판 노예'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실종 당시 정신 질환은 없었지만, 비슷한 언론 보도를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경희씨는 마지막으로 "본인이 연락하지 않으면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사만이라도 한 번 확인해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원종씨는 서울 풍납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종 당시 풍납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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