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ICO 위험하니 정부는 신중"...정책 안만들고 위법소지 기업은 검찰에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31 16:01

수정 2019.02.11 18:00

정부, ICO 실태조사 결과 발표..."법 위반 사례도 발견" "ICO는 부정적이지만 블록체인 기술 육성에는 나설 터" 업계선 "조사 자체 엉성해 업계 실태 반영 못해" 비판

정부가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집하는 암호화폐공개(ICO)를 불허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여전히 위험하기 때문에 제도를 만들어 ICO를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모든 종류의 ICO를 금지해 놓은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조사결과의 활용처 등을 설명하지 않은채 24개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엉성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었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ICO에 대한 투자가 위험하다면, 신중하게 접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규제 등을 마련해서 관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9일 국무조정실장 주재 ‘가상통화(암호화폐) 관련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금감원이 진행한 ICO 실태조사 결과와 해외 규제 사례, 국제기구 논의동향에 대해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향을 검토한 결과 ICO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1월31일 발표했다.


정부가 암호화폐공개(ICO)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ICO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암호화폐공개(ICO)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ICO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금감원 “ICO 위험 높아, 제도화 신중히 접근”


먼저 금감원은 ICO 실태조사 결과 ICO는 여전히 투자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은 ICO 금지 방침을 우회해 싱가포르 등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형식만 해외ICO 구조로 진행했다.


금감원은 “해외에서 실시한 ICO지만, 한글백서 및 국내홍보 등 고려시 사실상 국내 투자자를 통한 자금모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ICO 자금모집은 1개사당 평균 330억원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수백억의 자금을 모집했음에도 ICO 기업들은 ICO 관련 중요한 투자판단 정보(회사 개황, 사업내용, 재무제포 등)가 공개돼 있지 않으며 개발진 현황 및 프로필 또한 미기재 또는 허위 기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ICO 모집자금의 사용내역에 대해서도 공개된 자료가 없으며 금융당국의 확인요청에도 대부분 답변을 거부했다.


■법 위반 기업도 발견, 검찰-경찰에 통보


특히 정부는 법을 위반한 사례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상 무인가 영업행위와 함께 ICO 관련 중요 사항을 과다하게 부풀려 광고하는 형법상 사기죄 등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기업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ICO에 대한 투자 위험이 높고 국제적 규율체계도 확립돼 있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ICO 제도화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며 “정부가 ICO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는 경우 투자 위험이 높은 ICO를 정부가 공인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 투기과열 현상 재발과 투자자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실태조사와 무관하게 사기, 유사수신, 다단계 등 불법적인 ICO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을 통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ICO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육성 기조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ICO 투자 위험과는 무관한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는 민간과 힘을 합쳐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위험하면 관리하는 것이 정상 아니냐… ‘성토’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발표가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미 ICO를 금지한다고 해놓은 상황에서 ICO를 진행한 기업에 대해 자발적인 실태조사 협조를 구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ICO에 대한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하면서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발표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위험하면 강력한 규정을 적용해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CO 실태조사를 해보니 투자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니 강력한 규정을 적용해서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겠다고 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부의 발표가 아니냐”며 “이대로라면 아예 해외에서만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더욱 늘어나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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