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38년 간 찾아 헤맨 딸… 몸 아프니 더 간절해져"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6 18:02

수정 2018.11.26 18:02

1980년 만 3세 때 실종된 정지영씨
양쪽 새끼손가락 휘어있는 특징 있어
이순임씨의 딸 정지영씨는 지난 1980년 3월 중구 신당동에서 실종됐다. 지영씨는 양쪽 새끼손가락이 굽고 왼쪽 눈썹과 눈 사이에 실밥 흉터가 있으며 넙적다리에 점이 있다는 것이 어머니 이씨의 설명이다.
이순임씨의 딸 정지영씨는 지난 1980년 3월 중구 신당동에서 실종됐다. 지영씨는 양쪽 새끼손가락이 굽고 왼쪽 눈썹과 눈 사이에 실밥 흉터가 있으며 넙적다리에 점이 있다는 것이 어머니 이씨의 설명이다.

"요즘 몸도 안 좋아서 딸 찾기를 못하고 있어요. 아프니까 잃어버린 딸 생각이 더 나네요"

38년 전 당시 만 3세였던 딸 정지영씨를 잃어버린 어머니 이순임씨(67)는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최근 고관절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지만 이씨는 딸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26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남편, 두 아이와 함께 경기 파주시에서 거주하던 이씨는 1980년 3월 친정이 있는 서울 중구 신당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네 식구는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가정의 평화가 깨지는 일이 발생했으니 서울에 이사온 지 15일 만에 딸 아이가 실종된 것이다.

지영씨는 또래의 남자 아이보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 다른 여자 아이들처럼 인형놀이, 소꿉장난을 하기보다는 공차기와 달리기를 좋아했다. 활달하고 씩씩한 성격 덕에 낯선 사람과도 곧잘 말을 나누곤 했다는 게 어머니 이씨의 설명이다.

외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지영씨는 동네 어른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다. 지영씨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자 이웃들은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그럴수록 이씨는 낯선 사람이 딸 아이를 데려갔다는 생각에 괴로워졌다.

이씨는 한동안 지영씨를 찾기 위해 서울 시내 보육원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 와중에 괴로움을 더한 것은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한 무속인들의 횡포였다. 부적을 쓰고 배를 타고 바다에까지 나가 굿을 했지만 큰 돈만 날렸다.

하루는 지방의 한 식당에 비슷한 아이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내려갔다.
그 곳에서 몰래 아이를 지켜본 이씨는 "우리 딸이 아니었다"며 "지영이는 저를 닮아 양쪽 새끼손가락이 안으로 휘어 있었고 눈썹 옆에 서너 바늘 꿰맨 자국도 있는데 그 아이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낙담했다.

이씨는 "평소에도 딸 생각이 문득문득 나는데, 특히 명절이나 딸 아이 생일 때 생각이 더 난다"며 "요즘 날씨가 추운데 혹시 밖에서 떨고 있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딸을 만나게 된다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묻고, 그동안 찾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딸과 만나서 밥이라도 같이 먹고 싶은데 지금은 내가 몸이 꼼짝을 못 하니까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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